너의 이름은 보고왔습니다.

가기 전부터 "노래 나오면 합창하는 사람들 있다", "후반부에 훌쩍거린다" 등등 얘길 듣고 간터라
혹시 그런사람 만나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네요.

각설하고, 음. 일단 신카이마코토 답게 배경작화는 수준급입니다.
특히나 언어의정원에서도 나온 그 빛 받은 휴대폰의 살짝 초점이 어긋난 연출에선 실사인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네요.
그 외에도 밤하늘이나 유성, 유성에서 환상으로 이어지는 경계면의 몽환적 분위기나.
눈은 정말 즐겁더군요.

또한 캐릭터의 소소한 몸짓만으로도 지금 이게 미츠하인지 타키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묘사와
부끄러워하고, 당황하고, 놀라고, 슬프지만 그 슬픔 위로 각오를 다지는 등 다양한 심리묘사 역시 "이래서 애니메이션의 거장 소릴 듣는구나" 싶더군요.

여담으로, 영화관 가기 전 최대한 정보를 차단하려 노력한지라
대충 감만 잡고 간 제 실수겠지만..
아노하나 같은 일상+판타지 감동계를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야마다군과 7인의 마녀같은 판타지를 살짝 가미한 청춘물이더군요.


그리고 음...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는 좀 평이한 느낌이었습니다.
긴장의 고조나 극적인 반전은 없고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순순히 넘어가는 정도.
영화의 중요한 반전요소 중 하나인 둘의 만남 역시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었고 ('사실은 이러하다' 류의 서술트릭은 생각보다 흔하긴 했죠. 같은 일본의 문화계열에선 니시오 이신도 자주 써먹은 방법이고)

아무래도 극장판의 특징때문에 시간의 제한을 많이 받기야 하겠습니다만..
도입부가 너무 길고, 반대로 일상의 파트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짧으며, 갈등이 피어오르기엔 너무 단조롭고, 결말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었죠.

솔직히, 영화 끝나고 나서 "재미는 있었지만, 이게 과연 돌풍을 일으킬 만큼의 명작인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더군요. 저에게는 좀.. 허니버터칩 같은 영화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몇점 중 몇점 같은 점수방식은 서투른지라 말로 적어보면..

"남들이 '볼만하냐'고 물으면 기꺼히 긍정의 대답을 하겠지만, 누군가가 '꼭 찾아볼만한 좋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다면 우선순위가 좀 밀릴만한 영화" 정도로 평가하고 싶네요.

상기 내용은 어디까지나 개인 소감이고, 다르게 느끼신 분도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아직 안보셨고, 볼 기회가 있다면 한번쯤 극장을 찾아보시는 것 정도는 권해드리고 싶네요. 확실히 눈은 호강하고, 그 정도로도 표값은 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