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소설들은 후반부가 힘든걸까요?

원래 뒤로 갈수록 쓰기 힘들어요.

원래 모든 글이 다 그렇죠. 초반에 복선이나 상황을 짜는거보다...
벌려놓은 상황과 흘려놓은 복선을 수습하는게 더 어려운겁니다.
그래서 잘쓰는 사람 못쓰는 사람 차이가 나는거구요

이우혁작가 소설보면 그런생각 안들겁니다..

이우혁 작가님의 퇴마록처럼 엔딩장면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쓰신 작가분들의 글은 엔딩이 좋더라고요.
요즘 글은 엔딩은 나중에 생각하기로하고 일단 쓰기 시작하는거 같아요.

그렇지 않은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결국 돈이 되니깐 늘려쓰고 후반에서 어설퍼지고 급완결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완결이 나타나곤 하죠.

대부분의 장르소설을 구상단계 에서
주인공 소재.. 컨셉 설정을 깔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얼개 까지도 생각하지만..

마무리 까지 생각하고 스타트 하는경우가 별로 없어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매일 연재나 연재 사이트 연재면 더더욱..

생계의 문제기도하고(언제 완결까지 다쓰고.. 퇴고 하며서 연재할까요.. 부업이 아닌이상..)

또한 작가의 엔딩 메세지와 독자가 받아드리는 엔딩의 원하는점이 어긋나면..
망한 엔딩이라고 하기때문이죠..

매일써서.

가장 큰 이유는 소설을 시작하기전에 보통 어느정도 구상기간을 갖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한참 구상하고 쓴 내용과 차이가 날 수 밖에요.

결말을 안정해놓고 써서

뭐든지 초반이 제일 쉽지 않나요. 그걸 중후반까지 끌고가는게 어렵지..결국 작가 역량이죠

대부분 결말이 뻔해서 잘써도 후반부가 좋기는 힘든 것 같음.
그렇다고 배드엔딩이나 이상한 엔딩으로 쓰면 욕만 먹고.

일반 소설이든 영화든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로 갈등이 전개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원기옥처럼 포텐을 끌어모아 후반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결말부에 여운을 주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이었죠.

그런데 산업사회에 들어와서 상업적 창작물들이 늘어남에 따라 위와 같은 전형적인 창작 방식이 바뀝니다. 쉽게 예를 들어 달빛 조각사의 경우 50권인데 회색 노트는 1권이거든요. 더 쉽게 예를 들면 카사블랑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시간인데 오로라공주 드라마는 50~100시간인 것처럼요.

창작물에 상업성이 크게 깃들면서 초반부에 독자를 흡입할 수 있는 '후크'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중반부 진행까지는 이 후크와 인물간 갈등을 통한 기승전결의 '패턴 반복'이 필요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상업물이 추구하는 '대리만족'을 핵심만 뽑아 쓰면 분량이 안 나오고 독자들도 만족을 못하거든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 초반 후크 이후 기승전결 패턴을 반복하며 점점 고조해가는 주말 드라마식 전개의 필요성
2. 인스턴트식 대리만족을 위한, 깊은 사유와 갈등 없는 빠른 전개
3. 1,2의 이유로 말미암은 소재, 인물의 급속한 고갈과 이에 따른 독자들의 피로감
4. '답정너식(마왕 퇴치, 혈마 살해, 사랑의 결실 등등)' 엔딩을 독자와 작가 모두 알고 있으니 마무리는 허탈감 뿐.

'우리나라 소설'이 아니라 '모든 장르소설 시장' 이 가지는 특성입니다. 딱히 우리나라 소설이라 그런 게 아니라요..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닌데..외국소설도 다그래요 그나마 우리가 외국소설이 좋게 여겨지는것은..거기서 성공한 것 잘 팔린것만 봐서 그러지...

그냥 개인 취향상 맘에 안들어서

원래 힘들기도 하지만, 연재식으로 가다보니 더 그렇지 않나 합니다.

편집자의 압박.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작가의 정신세계 변화.
지적수준의 변화.
댓글의 압박.
금전적인 압박으로인한 작가의 심리적 변화.
초안을 망각하게됨.
유행을 따라가다 망침.
성공하면 성공한대로 저금더 길게 써서 금전적이득을 원하거나
망하는 망하는대로 더 써봐야의미 없다 생각하게 될듯.
등..이 있겟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죠. 국내에 들어온 외국소설들은 그중에 잘나가는 책들만 와서 그래보이는것뿐. 거기도 죄다 읽어보면 똑같죠.

기승전결이 완벽하려면 수많은 퇴고를 거쳐야 합니다.
대한민국 장르계에서 퇴고란? 먹는건가요?..ㅋㅋ
뭐 어쩔 수 없긴 하죠. 장르계에서 마감 맞추려면 퇴고는 거의 뒷전일 수밖에 없으니깐요.

비단 한국소설뿐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창작품이 다 그렇습니다. 소설에서 만화부터 영화까지 전부요. 아마 대중에 널리 알려지고 추천되는 작품 위주로 보시기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현실도 마찬가지잖아요.

처음은 대부분 기세좋게 시작하죠.

후반가면 대부분 폭망하죠.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죠. 위에 분들 말에 추가로

처음부터 끝까지 플롯을 확실히 정해놓지 않던가
또는 플롯을 짜 놓았더라도 독자나 인기에 휘둘려서 중간중간 수정 하다 보면 꼬일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꼬이고 꼬여서 후반가면 수습이 불가능할 지경이 옵니다. 그럼 용두사미꼴 되는 거죠

음... 굳이 말하자면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런글들이 훨씬 많죠. 그런데 대부분 한국에 번역되어서 들어오게되는  외국소설들은 대부분 완결작이면서 검증된 작품들 중에 우리나라 독자들 선호도나 취향 등에 따라 매출예상 따져보고 선별해서 출판되는건데... 안그러면 오히려 이상한거죠. 한국 판타지들 중에서도 외국에 출판되었던  윈터러 라던지 생각해보면 ㅎㅎㅎ. 반대로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출판되는 일본 라이트노벨 같은경우에는 용두사미인 경우가 굉장히 많죠 .

한권, 한권 수많은 퇴고를 거쳐 가면서 만들어지는 책도 명작으로 불리기는 힘든데, 매일 연재방식은 단행본 방식에 비해 좋게 나올기가 매~우 힘들어요. 가령 중간에 리메이크 한다고 갈아버린다고 생각하세요. 난리가 나겠죠. 단행본 방식은 퇴고 과정에서 할수있는 일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