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으면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소재와 전개가 정말 새로운 데 필력이 아쉬울 때, 그리고
필력은 준수한 데 재미없을 때, 총 두 가지 경우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여기서 메모라이즈는 전자에 속합니다. 그렇게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한 때, 조아라 베스트 소설이었다는 것에 큰 의문이 들지 않습니다. 지금 베스트에 오르는 소설을 면면히 살펴보면 당연하다고까지 생각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고 말하지 않는 건, 아쉬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보작가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 아쉬움때문에 작품을 몇 번이나 하차할 뻔 했으니까요.
1. 말투
제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주인공의 말투입니다.
반말했다가 존댓말 했다가. 사극 말투였다가 평상시 말투로.
어떤 말투를 쓰든, 일관된 말투를 사용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게 공과 사를 구분해서 말투를 나눈 것도 아니고 일상 대화에서조차, 똑같은 대화상대를 두고도 오락가락하는 걸 보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2. 답답한 표현
과거에 절단마공이라고 불렸던 내용.
"그래서 제 결정은..."
"저는..."
이런 식의 표현이 많았습니다. 물론 연독률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지만, 이게 내용 말미뿐만 아니라 중간에도 종종 들어가는 등, 시도 때도 없이 저런 표현을 쓰니까 답답하다고 느꼈습니다. 오죽하면 작작 좀 하고 속 시원하게 말하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쉬움이 컸네요. 솔직히 여태까지 읽은 소설 통틀어서 이런 생각이 든 건 메모라이즈가 처음이었습니다.
3. 개연성
외줄 타는 느낌입니다. 작품이 볼만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지만, 솔직히 태클 걸려고 마음먹으면 한도 끝도 없이 걸 수 있을 만큼 의아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시간을 되돌린 이유와 2회차 사용자라는 것, 이 두 가지 설정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전개가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 전개가 흘러가는 거지? 이런 식으로.
감동적인 상황과 강해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 모두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되는 게 많았습니다. 물론 별 것 아닌 걸로도 사람에 따라 감동받고, 또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렇게 이해하는 것도 정도가 있으니까요.
마치 위 동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초보작가라는 점을 떠올리면 애교로 볼 수는 있지만, 그 사유로 넘어가기엔 너무 아쉬움이 컸네요.
생각은 다른 거니까.. 개인적으로 다른 분 의견에 직접적으로 반대하진 않는데. 메모라이즈는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말만큼은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대사에 이름 가리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우니까요. 애초에 말투부터 오락가락하는데 그걸 판단할 수 있다는 것도 유머겠지만...
그리고 떡신도 굉장히 아쉬움이 남네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한 남자가 여러 여성과 사귀는 게 당연하다? 이건 그럴 수도 있다일 뿐, 그래야만 한다는 내용이 아닌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성은 해바라기 처럼 주인공을 바라보는 게 참..
나름 한시대를 풍미했던 작품중에서도 지금보면 이걸 내가 어떻게 읽었지 싶은 것도 많죠
예를 들어 아이리스라던지 아린이야기라던지
뭐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 물고 빨고 하는 고전소설들도 읽어보면 사실 재미 자체는 요즘 나오는 소설들만 못한게 많죠
결론은 소설도 때를 잘만나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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