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판 말고 영미판타지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근데 주인공이 중국계 혼혈이네요.-_- 작가도 중국계인 것 같음... ㅋ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호주에 사는 우리의 주인공 그웬 송(Gwen Song)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큰 성공을 거둔 여인입니다만,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과거회귀를 하고 맙니다.
바로 가장 힘들었던 그 어린 시절로 말이죠.
게다가 완전히 동일한 세계도 아니예요. 마법이 과학을 대체하고,
인간은 범람하는 마물들 가운데서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평행세계로 와버린 거죠.
즉 인간관계나 지리적인 배경 등은 거의 계승했는데 세부적인 부분은 다 다른 겁니다.
이 세계는 마법사냐 아니냐에 따라 근본적으로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그 판정을 하는게 고등학교 입학식인데 딱 그 입학식날로 회귀해버린 여주는
정신적으로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느낍니다. 게다가 결국 판정도 최하로 나오죠.
마법적 재능은 '계통'과 '속성'으로 나뉘는데 '계통'은 마법종류고 '속성'은 말 그대로 마법속성.
예를 들어 계통이 Evoker고 속성이 Fire면 Fire Evoker가 되는 건데
여주는 계통만 있고 속성이 없는 '제너럴리스트'로 판정받습니다.
간신히 마법사 턱걸이는 했지만 바닥 중의 바닥을 깔고 들어가는 그런 재능이죠.
실망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그웬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사실은 제대로 판정받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두둥!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런 내용인데요.
마법설정을 D&D 오픈 라이센스에서 많이 가져오긴 했는데
매력적인 독자설정도 꽤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현대 배경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고 있어요.
특히 마법적인 전투의 묘사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박진감 넘치고 피가 튀고 그런 쪽으로 묘사를 잘 한다는 게 아니라
다채로운 마법계통/속성들 간의 상성&우열관계를 잘 살리고 파워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마력량이니 스펠레벨 같은 단순한 요소가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마법전투를 그려낸다는 거죠.
그러면서도 설정에 매몰되어 끝도 없는 설명을 줄줄 늘어놓는 함정에 빠지지도 않았고요.
간결하게, 핵심만 딱딱 짚어주면서도 전투의 흐름이 선명하게 눈에 보입니다.
주인공의 숨겨진 재능이 상당한 먼치킨이고, 그 성장과정이 즐겁기도 하지만
동료들에게도 충분히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제각각 동기와 욕구가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느껴지죠.
전반적으로 볼 때 설정의 깊이, 전투묘사의 질,
인물완성도 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미판타지다보니까 한국독자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겠죠? ^^;;;
그런 포인트를 짚어드릴 테니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1) 여자주인공입니다. 여기서 벌써 수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사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네요.ㅎㅎ
(2) 초반 고구마가 좀 강한 편입니다. 정확히는 여주 속성 발견하기 전까지.
(3) 중간에 안 봐도 내용이해와 무관한 외전격 스토리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개노잼입니다. 근데 분량은 많음.ㅋ
(4) 남자와의 로맨스는 없는데(아직까지는), 여자동료들과는 썸을 좀 탑니다. 즉 백합물인데다 살짝 하렘끼도 있습니다. 살짝만.
(5) 앞으로도 고구마가 없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띄웠다가 떨구고 띄웠다가 떨구고 하네요. 좋게 말하면 긴장감이 있는 거고.
(6) 첫머리에도 써놨다시피 영어입니다. 이게 가장 큰 장애가 되겠네요.
분량은 대략 서너 권(?)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
연말이라 작가가 바빠서 조금 주춤하는 것 같지만 지난 몇달동안은 성실연재를 했고요.
D&D느낌 나는 양질의 마법사 성장물에 끌리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도서 월간 추천 (더보기)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스크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