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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제법넓은강님의 작품들을 읽고... 총평? 아쉬움? 제안? 뭐 그런 겁니다.

 
글쓴이 : 무명암 날짜 : 2017-12-29 (금) 17:23 조회 : 3089   

투왕 장덕수, 귀환자 강태성, 미들랜드, 분열하는 자, 에이징, 내려다보는 남자... 

다 읽어본 독자입니다. 중간에 하차한 것도 있지만요.


그렇게 지금까지 쭈욱 읽어오면서 느꼈던 소감을 적어봤습니다.

글 아래쪽에는 제안(?) 비스무리한 것도 있지만 작가님 집필방향에 감놔라 배놔라 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애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런 방향으로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희망사항입니다.

어차피 뭔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게시판에 계실 다른 애독자분들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서 적었습니다.





제 안에서 제법넓은강님에 대한 이미지는 정상수 작가님과 비슷합니다. 

"한 작품에 꽂혀서 후속작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대가 충족되진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정상수 작가님은 '아로스 건국사' 덕분에 알게 되고 팬이 되었지만 

그 뒤로 (부침은 있을지언정)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삶의 미리보기'를 기점으로 기대를 버리게 되었습니다. 

제법넓은강 작가님은 '귀환자 강태성'을 아주 재밌게 봤기 때문에 

후속작들도 계속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점차 아쉬움이 커져가네요. 



제법넓은강 작가님의 작품세계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시스템'입니다.

다중우주 전체에 걸쳐 시스템이라는 존재들이 있는데 

이들은 그 영역 안에 살아가는 지성체에게 게임시스템을 제공하죠. 

시스템마다 세부적인 특징이 다르고 운영방식도 다르지만 대체로 RPG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자원이 바로 '포인트'죠.



제법넓은강님은 매 작품마다 버전이 다른 시스템을 배경으로 

독특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을 내세우기 때문에 

동일한 설정, 공유된 세계관을 쓰더라도 초반엔 흥미로운 편입니다. 

같은 게임이라도 패치버전에 따라 플레이하는 느낌이 다르듯이 

세부적인 부분이 다른 시스템에서 성장하는 주인공은 제각기 다른 느낌의 재미를 주거든요.



근데 초반을 넘어가면 그런 재미가 사라져 버립니다. 

왜냐면 결국은 모든 게 '포인트'로 귀결되어 버리거든요.

무슨 무협에서 말하는 만류귀종도 아니고 세상만사 뭐든 포인트로 통합니다.

포인트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권리이며, 실물과 교환가능한 화폐이고, 

시스템 유지 즉 세상 자체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돈으로 포인트를 환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뭘까요?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는 순간 돈 버는 걸로 순식간에 포인트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초반에는 이런 저런 머리를 써서 포인트를 벌고, 이래저래 고민해서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능력이 일정 궤도에 오르는 순간 그냥 그 능력으로 돈을 벌어서 포인트를 사버려요.

그때부터는 포인트를 획득하고 소모하는 과정이 기계적인 돈벌이로 바뀌어 버립니다.

10포인트에 고민하던 주인공이 수십 만 수백 만 포인트를 물쓰듯이 쓰는 데까지 몇 권 걸리지도 않는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이제 이능물이라고 할 수도 없게 됩니다.

갑자기 포인트를 기반으로 한 경영물이 되어 버리죠.

대량으로 포인트를 획득하고, 대량으로 소모합니다.

게다가 물건들을 시스템에 팔아서 포인트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게 치명적이죠.

땅파서 팔고 나무 잘라서 팔고 공장 해체해서 팔고 쓰레기 모아서 팔고... 난리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중반을 지나 종반부에 접어들게 되면 시스템 단위(즉 차원 단위)로 확장됩니다.

시스템도 생존을 위해 포인트가 필요하며, 

그래서 포인트를 외부에서 벌어들이고 유출을 막아야 한다 뭐 그런 소리가 나오죠.

경영물에서 경제물(?)로 스케일이 확장되는 순간입니다.


이때부터 정말 지겨운 시스템간의 포인트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무슨 화폐전쟁 마냥.

약간의 특색이라도 있었던 초반과는 달리 

포인트 전쟁 단계가 되면 그냥 전작품 다 전개가 거기서 거깁니다.

[기-승-전-결]이 아니고 [기-포인트벌이-시스템전쟁-전작주인공]으로 끝이란 겁니다. 

그러니 초반엔 흥미로워도 결국은 자가복제스러운 내용으로 변모하고 맙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개인적으로 제법넓은강님의 '시스템 세계관' 자체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설정으로는 뭘 어떻게 써도 결국은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반엔 특별한 능력 갖고 아둥바둥하며 성장하다가 

중반엔 미친듯이 포인트 벌고 쓰고 하면서 먼치킨 되고 

후반엔 시스템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내다가 세계단위 위기를 해결하고 전작주인공들 만나고 끝나겠죠.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제 생각엔 세 가지 정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포인트 환전은 없애던가 제한해야 합니다.

이것 때문에 중반은 항상 돈벌이-포인트구매-성장-돈벌이의 무한 루프에 빠집니다.

(게다가 돈만 있으면 먼치킨 양산이 가능한 설정에서 다른 놈들은 돈 안쓰고 뭐하고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능력치 포인트와 시스템 화폐를 분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돈은 돈이고 능력은 능력이지, 능력으로 돈 벌고 돈으로 능력 키우고 

그 능력으로 돈을 버는 무한 루프에 빠지니까 항상 비슷한 전개가 나오는 거라고 보거든요.



둘째, 운송비용의 개념이 있어야 합니다.

시스템이 거의 무제한으로 재화의 유통루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스토리 전개상으로도 재미가 없어지는 요인이죠.

주인공이 나무도 팔고 광물도 팔고 쓰레기도 파는 이유가 뭘까요?

그냥 시스템에 넘기면 알아서 수거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포인트를 주죠.

세계관 설정상 무슨 일을 하든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게 공언되어 있는데 

이 물건들 유통하는 과정에는 아무런 비용도 발생하질 않습니다. 

물질 텔레포트인데도 말이죠. 심지어 차원간 유통도 자유롭게 이뤄집니다.

그러니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판매되고 스토리가 경영물로 빠져버리게 되죠. 



셋째, 주인공에게 장기적인 '목표'를 부여하고 시스템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제법넓은강님 글을 보면 테크트리가 항상 비슷하다는 걸 느낄 겁니다. 

평범한 주인공이 힘을 얻은 다음 초반에 고생해서 기반을 잡고 돈을 벌게 되고 

벌어들인 돈으로 가족 챙기거나 뭐 그러면서 개인적인 바람을 충족시킵니다. 

그 뒤로는 목적이란 게 없어요. 그냥 죽지 못해서 삽니다. 욕구도 희미하고요.


이건 첫번째 두번째 제안과도 관계가 되어 있는데 

주인공은 시스템을 활용해서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쉽게 이룹니다.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포인트가 포인트를 벌고 돈이 돈을 벌어들이면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주로 경제적인...) '결핍'이라는 게 사라져 버리죠.

바라는 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없으니 밍밍한 맹물마냥 극적 긴장감이 소실되는 겁니다.

마치 신선이 등선하니 속세의 천것들 일에는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초탈해버려요.

그러니 훨씬 더 스케일이 크고 세계 자체의 존속에 관련된 문제, 

즉 시스템간 포인트 쟁탈전으로 초점이 옮겨갈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문제를 피하려면 시스템의 존재원리 자체에 대한 조명을 줄이고(아예 배제해도 좋고)

주인공에게 장기적으로 추구할 만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레이드물에서 주인공 목적은? 개인의 영달이예요. 주로 돈 벌고, 강해지는 거죠.

생존물에서는? 생존이죠. 현판에서도 경제적 성공과 자아실현, 사회적 지위 향상 같은 게 있을 테고.

중국판무에서는 영생의 달성과 궁극의 깨우침이 일반적인 목표고요.

뭐가 되었든 욕구가 있고 목적이 있어야 글에 동력이 생기고 활기가 도는 거 아니겠어요.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슬슬 변화가 있어도 좋을 시기가 아닌가 하는 겁니다. 

공들여 짜놓은 시스템 세계관에 대한 제법넓은강님의 애착은 공감합니다만 

지금까지의 집필성향을 보건데 해당설정을 유지할 경우 

글의 방향성이 고착되어 자가복제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만.ㅎㅎ






칼끼 2017-12-29 (금) 17:36
강태성쓴거보면 논 씨스템도 괞찬을법한.. 거의 마지막에 양념식으로 제법넓은강월드에 편입하는 역할로만 쓰인다면 좋을듯 시스템이 주가되니까 글이 중반부에 루즈그자체
제이커스 2017-12-29 (금) 18:12
상당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지금 연재중인 글은 말씀하신 틀에서 좀 벗어나려나 기대중입니다.
용마루 2017-12-29 (금) 18:26
제법넓은강님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드릴조 2017-12-29 (금) 19:13
에이징 봤던기억에 포인트→돈은 되는데 돈→포인트는 안되지 않았던것같아요?
유산균 2017-12-29 (금) 19:41
많이 공감됩니다. 설정이 흥미로워서 찾아보면 작가님인 글이 종종 있더군요
흥미롭긴 하지만 항상 초반을 넘어가는 순간 글이 밋밋해져서 잠시 안 읽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그렇게 몇몇 작품을 보내다 보니 어느순간 내 취향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제법넓은강 작가님 작품을 보게되면 손이 안가게 되더군요..
니가눈데 2017-12-29 (금) 20:00
저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글이네요.. 작가님도 이런부분을 인지 하고 있는듯 하더군요.
이번 작도 약간 다르게 시도 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마지막은 비슷하게 흘러갈거라는건 ....
작가님도 알고 저도,,,,
아예 다른 장르로 한번 갓다가 오는 것도 어떤가 생각도 들더군요.
메롱이이 2017-12-29 (금) 21:00
투왕장덕수...연재 될때 너무 좋앗던 글이엇는데
odelia 2017-12-29 (금) 21:38
리뷰와 분석엔 추천입니다.
저는 로맨스부분을 추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런 지금도 마음에 듭니다.
몽부 2017-12-29 (금) 22:46
전 이 작가님 작품은 대부분 초반 하차네요.
제 취향과 안맞나봐요.
아인스트 2017-12-29 (금) 23:42
귀환자 강태성은 연재할 당시에는 정말 취향에 맞아서 가장 재밌게 봤던작품인데 이상하게 다른 작품들은 손이 안가서 조금 보다가 못보겠던....
숭배 2017-12-30 (토) 00:41
진정한 팬이네요. 대단합니다. 정말.
rasik 2017-12-30 (토) 01:25
진정한 독자! 새겨 들을수록 도움 되는 조언들.
변하지 않는다면, 굳이 볼 이유가 없는 작가 라는 인식이 바뀔 수 있을지...
바람둘 2017-12-30 (토) 02:34
대단하시네요.
전 귀환자 강태성 외에는 별로 입맛에 안맞더군요.
불타는게짬뽕 2017-12-30 (토) 19:39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nerdy1 2018-01-03 (수) 16:21
오 저도 공감합니다. 이 분 작품 즐겨 읽는데 요샌 결국 비슷한 포인트 관련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말씀하신것처럼 전체적인 전개라 해야하나요? 그런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므군 2018-01-04 (목) 10:44
동감해서 이번작품부터는 안보기로했죠.
무득 2018-01-05 (금) 15:19
투왕 장덕수가 진짜 좋았는데..
먼치킨 판타지론 수작중의 수작..
한평화 2018-01-07 (일) 23:55
정성이 들어간 글이라 춫현
투왕 장덕수만 보다가 하차 했습니다.
전반부는 좋았죠. 회귀물인데 자연스럽기 지형이 변하면서
얼렁뚱땅 이세계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참신함도 느꼈고요.
중간 넘어가면 주인공이 킹왕짱 되서 숙제하듯이
꾸역 꾸역 영지 뺏고 사냥하고 뭐 이런식으로 흥미도가 급감하더라고요.
꽤 후반부까지 봤고 조그만 보면 완결 보는데도 그냥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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