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소설 속에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짜증났던 인물이 있나요?

전 생각해보면 '엘퀴네스'의 재수없는 시벨리우스,'궁귀검신'의 주인공이 기르던 제비를 죽인 그 갈아마셔도 시원찮은 여자.. 등등 새록새록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으로 '홍염의 성좌'의 에닌 마델로가 기억에 남네요.
살면서 소설 속 인물에게 그렇게 화났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세상을 자기만의 시야로 해석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아가씨.게다가 그 시야조차도 어릴 때부터 부잣집에서 오냐오냐 방목된 채로 자라온 환경속에서 텅텅 비어버린 뇌 때문에 굉장히 좁죠.
더 화나는 건 이 정신나간 여자한테는 악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가 나대는 건데 이게 그렇게 빡치더군요.

중간에 이 미친여자가 포텐터뜨렸던 구간이 있는데 전 그때 화를 주체 못해서 울었습니다.
감동적인 소설 몇십권에도 메말라 있던 눈물샘이 이 천연뇌 소유녀 때문에 바로 터져버렸습니다.
제발 소설속에 들어가서 저 년 강냉이 한 번만
후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에닌이 참교육 당하는 장면이 나왔으면 분이 조금이나마 풀렸겠으나 마지막까지 그녀(그년)는 제게 암을 던져주고 가더군요.

벌써 이게 십년이 다 되어 간다는 게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