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감명깊게 읽은 서양겜판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서기의 모험(Adventures of a Scribe)은 대대로 스크라이브(Scribe)로 살아오고 있는
몽테규 가문의 어린 소년 '에드워드'가 겪는 모험의 이야기입니다.
이 세계는 성년( = 12세, 중세틱한 배경이라 성년이 빠름 )이 되면 상태창이 생기는데
8세의 에드워드는 4년을 더 기다리기 싫어서 작은 모험을 감행하고,
그 대가로 미리 상태창을 오픈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단련하며 모험을 떠날 날을 꿈꾸죠.
몽테규 집안의 가업인 '스크라이브'는
서기, 필경사, 필기자, 대서인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 세계관에서는 책을 필사해서 팔고, 지도도 그려서 팝니다.
상당히 안정적이고 벌이가 좋은 직업이죠.
하지만 에드워드는
'책에서 본 수많은 세계를 직접 두 발로 디디고,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소년입니다.
가게 뒷방에서 책, 지도나 베끼고 평생 머리속에서 상상만 하며 지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몇 년간 치밀한 계획을 세운 끝에 성년이 되자마자 모험가가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에드워드는 나이치고 대단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또 지혜롭기도 합니다.(Wisdom을 많이 찍었기 때문인지...)
게다가 시간계열 마나를 다루는 스킬을 하나 익힌 상태기도 하죠.
세상을 다 돌아보고 수많은 지식을 모두 익히려면 가장 필요한 건 뭘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그가 내린 답이 바로 '많은 시간'이었기 때문인데,
거기서 깨달음이 이어져서 결국 시간마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시간관련 스킬과 평소 익혀둔 수많은 지식,
뛰어난 통찰력과 차갑기 그지 없는 이성을 무기로 삼아,
똑같이 모험가를 꿈꾸던 친구와 함께 세상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게 이 작품의 도입부입니다.
물론 현실은 서사시같은 모험과는 거리가 멀죠.
에드워드도 그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가 알던 것보다 더욱 시궁창이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어도 여전히 미친 듯이 구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모험 초기의 병아리 모험자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정말 생기있고 역동적이라는 겁니다.
한국겜판에서는 토끼, 사슴, 여우, 맷돼지, 늑대 잡으면 순식간에 졸업하는 초보단계를
이들은 수없이 많은 죽음의 위기를 헤치면서 겨우겨우 헤쳐나갑니다.
그 날것의 느낌이 너무 좋더군요. 아주 유니크한데다 고구마-사이다가 황금비율을 이루며 어우려져 있거든요.
게다가 주인공 에드워드는 정말 최고예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버리고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꿈을 추구하는 열혈남자임과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든든한 리더이기도 하고,
전략수립과 위기상황에서의 임기응변 모두 뛰어난 책략가이기도 합니다.
이득을 취할 땐 거리낌이 없고, 필요하다면 거침없이 희생을 감수합니다.
인간미가 조금 없긴 하지만 아예 정이 없는 캐릭터도 아니고요.
그저 차가운 이성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이 작품의 가장 아쉬운 점은 후속권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봐도 시리즈물의 1권임이 분명한데, 2권이 안 나와요.ㅜㅜ
1권 출판시기가 2016년 12월이니 벌써 20개월 정도 지나버렸네요.
영미권 시리즈물 중에서는 몇 년의 발매텀이 있는 경우도 흔하지만,
아마추어 이북 작가가 쓴 첫 작품이 이 정도로 지연된다는 건 후속권 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거죠.
하지만 1권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영어 가능하고 LitRPG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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