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약간 함유되어 있습니다 *
번역판으로 200화까지 봤고 그 뒤로는 원서로 읽었습니다.
번역자가 노력은 하는 것 같지만 제 취향의 번역과는 거리가 멀어서
굳이 기다리면서까지 번역본을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한글번역본은 오역이 좀 있고, 한자독음도 가끔 틀리고,
사부 사백 사숙 사형 사제 사저 사매 등의 기본적인 호칭도 혼동하고,
선협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선지 용어나 이름도 멋대로 바꿉니다.
(왕림→이한제, 항악파→대산파, 천겁→천벌, 문수→흡혈마수, 수진국→수련국 등등... 끝도없음)
앞에 것들은 그냥 실수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용어 멋대로 바꾸는 건 갈수록 거슬려서 더 읽기 힘들게 만든 주범이네요.
바꾸려면 좀 멋드러지게 바꾸던가. ㅋ
주인공 이름은 대체 왜 바꾸는지 모르겠고
(이한제가 왕림보다 더 나은 게 뭐죠? 항악파나 대산파나 뭐가 다름?)
문수는 모기처럼 생겼다고 모기 문蚊을 써서 문수蚊兽인데 그걸 흡혈마수로...
차라리 한문 뜻풀이 주석을 달아주는 게 낫지 멋대로 엉뚱한 용어로 바꿔버리니 원문의 맛이 확 죽어버려요.
뭐 제가 받은 느낌이 그렇다는 거고. 그래서 원서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대도쟁봉처럼 읽는 사람 머리 폭발하게 만드는 고풍스럽고 현학적인 문장은 아니라서
조금 느리기는 해도 읽을 만은 하네요.
선역에 대한 비판 중에 제가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3가지는
1. 고구마가 심하다
2. 주인공이 너무 잔인하다
3. 수선계 전체가 지나치게 탐욕스럽고, 잔혹한 인물들만 가득한 걸로 그려진다
이정도인데...
1은 복수파트 끝나면 고구마 강도가 꽤 줄어듭니다.
물론 꾸준히 고구마는 나오고 주인공은 툭하면 초고수들에게서 도망치곤 합니다만
어쨌든 중간중간 사이다도 뿌려주고, 결국엔 수위 올려서 돌아와 복수도 하고요.
큰 고구마가 가끔 터지지만 그건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무릎꿇기...
2도 왕림이 복수를 끝내고 나면 그럭저럭 해결됩니다.
여전히 사람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고 꽤나 무정한 편이지만
복수 완성 전까지의 미치광이 학살자 이미지는 벗어던진다는 거죠.
지금 연재분량이 딱 복수하기 직전인데, 여기 넘기면 과도하게 잔혹한 면은 많이 가라앉습니다.
물론 복수는 아주 철저하게 끝냅니다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등씨기만 하면 다 죽여버리니까요.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함.
다만 3번은 이 작품의 테마라고 해야할 부분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유지됩니다. 계속 그럴 것 같고요.
정상급 고수들이 자기 목적을 위해 하는 짓을 보면 후덜덜합니다.
사람 키워서 잡아먹는 걸 예사로 아는 놈들이네요.ㄷㄷ
개인적으로는 370편까지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2088편짜리인데 아직 370화에 불과하니 초반도 못 넘겼다고 할 수 있지만 말이죠.ㅋ
250편 전까지는 복수 테마의 고전무협 보는 기분이었다면
그 뒤로는 꽤나 정통파에 가까운 선협물 느낌을 주네요.
스케일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내용은 빙산의 일각일 건 분명함...
원서로 계속 볼 예정이지만 분량이 너무나 많은 관계로
언제 다 읽을지 까마득하긴 하군요.
중국작품치고 편당 분량도 꽤 많은 편인데 2천 편이 넘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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