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다이제스트 7

 제 73회: 한중왕(漢中王)

 유비가 스스로 한중왕이 되자 조조는 크게 노해 전국의 군사를 모두 동원하여 양천으로 출정하려고 하는데 사마의가 동오에 사자를 보내 손권으로 하여금 형주를 치게 하여 촉과 오가 형주에서 싸움이 붙으면 그때 한중을 공격하여 유비를 위태롭게 하자고 한다.
 조조는 동오로 만총을 사자로 보내는데 만총은 손권에게 서촉을 협공하여 유비를 무찌른 후에 빼앗은 땅을 나눠 갖고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하자고 말한다.
 제갈근은 관우의 딸과 손권의 아들을 결혼시키기로 관우에게 청해서 관우가 승낙하면 관우와 함께 조조를 무찌르고 거절하면 조조를 도와 형주를 빼앗자고 말한다.
 제갈근이 이 혼사를 중매하기 위해 형주의 관우를 찾아가자 관우는 크게 성을 내며 범의 딸(虎女)을 어찌 개의 아들(犬子)에게 시집을 보내겠느냐며 제갈근을 쫓아낸다.
 제갈근으로부터 이 말을 들은 손권은 크게 노해 형주를 공격할 방책을 논의하는데 보즐이 조조에게 사자를 보내 양양 번성에 둔치고 있는 조인이 육로로 먼저 형주를 공격하면 관우가 반드시 번성을 공격할 테니 이때 형주를 공격하여 함락시키겠다고 전하라고 하여 그 말을 따른다.
 염탐꾼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제갈량은 관우에게 먼저 군사를 일으켜 번성을 공격하게 한다.
 관우는 부사인과 미방을 선봉으로 삼아 형주성 밖에 둔치게 하는데 부사인과 미방이 술을 마시던 막사 뒤에서 실화를 했고 그 불이 영채로 번져 무기와 군량을 모두 태우게 된다.
 관우는 두 장수를 불러 꾸짖고 40대의 매를 친 다음에 선봉의 인수를 빼앗고 벌로 미방은 남군을 지키고 부사인은 공안을 지키게 한다.
 관우는 요화를 선봉으로 삼고 관평을 부장으로 삼았으며 자신이 중군을 거느리고 마량과 이적을 참모로 삼아 번성으로 진격한다.
 관우는 양양성을 함락하는데 종군사마(從軍司馬) 왕보가 동오에서 형주를 공격할 것을 걱정하자 장강 연안을 따라 20~30리에 하나씩 높은 언덕에 봉화대(烽火臺)를 설치하고 각 봉화대마다 50명의 군사를 배치하여 만약 동오의 군사가 강을 건너오면 밤에는 불꽃, 낮에는 연기로 신호를 올리면 자신이 직접 가서 격퇴하겠다고 한다.
 왕보는 미방과 부사인이 남군과 공안의 두 요충을 지키고 있지만 힘을 다하지 않을 것 같고 치중(治中) 반준은 시샘이 많고 잇속을 좋아해서 형주(강릉)를 총독하는 임무에 적합하지 않으니 조루를 반준의 자리로 보내자고 하는데 관우는 조루가 지금 맡고 있는 군량과 말먹이를 관리하는 임무도 중요하니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고 일축한다.
 관우가 번성을 포위하자 번성을 지키고 있던 조인은 조조에게 급히 사람을 보내 구원을 요청하니 조조는 우금과 방덕에게 군사를 이끌고 가서 조인을 지원하라고 이른다.

 제 74회: 한수 범람(漢水 氾濫)

 방덕과 관우는 1백여 합을 싸웠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
 그 다음날도 50여 합을 싸우다가 방덕이 달아나자 관우가 추격하는데 방덕은 타도계(拖刀計)의 자세를 취하면서 몰래 화살을 쏘니 관우의 왼쪽 팔뚝에 정통으로 맞게 된다.
 방덕이 화살에 맞은 관우를 뒤쫓지만 우금은 방덕이 관우를 죽이는 큰 공을 세워 자신의 권위를 깔아뭉갤까봐 징을 쳐서 군사를 거두어 방덕을 돌아오게 한다.
 방덕은 군사를 거두지 않았으면 자신이 벌써 관우의 목을 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금과 방덕은 산골짜기에 영채를 세우는데 폭우가 며칠 동안 계속 내리는 8월에 관우는 양강으로 들어오는 각 하천 어귀를 막아 놓게 하고 물이 범람하려 할 때 물을 한꺼번에 터서 위군을 수장시킨다.
 우금은 항복하고 방덕은 촉군의 작은 배를 빼앗아 번성으로 달아나려고 하다가 주창에게 사로잡힌다.
 관우는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우금을 형주의 감옥에 가두게 하고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욕설을 퍼붓는 방덕의 목을 베어 죽이고 나서 애처롭게 여기며 장사 지내 준다.
 한편 번성 주위에는 물이 불어나서 성벽이 점점 주저앉아 메우려 했지만 메울 수 없자 조인은 성을 잃더라도 배를 타고 도망쳐서 목숨을 구하기로 상의를 끝낸다.
 그러나 만총이 갑자기 불어난 산골 물은 열흘도 안 돼 빠질 테니 굳게 번성을 지키라고 간하자 조인은 공수(拱手)를 하며 만총이 깨우쳐 주지 않았으면 큰일을 그르칠 뻔했다고 사례한다.
 관우는 번성에서 싸움을 걸다가 5백 명의 궁노수가 관우에게 일제히 활을 쏘자 오른쪽 팔뚝에 쇠뇌살 한 개를 맞고 말에서 떨어진다.

 제 75회: 명의(名醫) 화타

 독약이 묻어 있는 화살을 맞은 관우는 독이 이미 뼈에까지 스며 들어 오른쪽 팔뚝이 시퍼렇게 부어올랐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오의 주태를 치료한 적이 있는 명의 화타가 찾아와 예리한 칼로 피부와 살을 뼈 있는 곳까지 절개하여 뼈에 스민 화살독을 긁어낸 다음 약을 바르고 다시 실로 꿰매야 무사할 것이라고 한다.
 관우는 화타가 수술을 하는 동안 아픈 기색이 전혀 없이 태연하게 마량과 바둑을 둔다.
 관우는 화살에 맞은 상처가 다 낫자 화타에게 황금 백 냥을 주어 보답하려고 했지만 화타는 관우의 높은 의리를 존경하여 일부러 치료해 주려고 왔다며 받지 않고 떠난다.
 관우가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은 조조는 크게 놀라 도읍을 옮겨 피신하려고 하지만 사마의가 손권에게 관우의 배후로 쳐들어가게 달래면 번성의 위기는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말하자 그 말을 따른다.
 그리고 관우의 기세를 막기 위해 서황에게 정예병 5만 명을 거느리고 가게 하는데 서황은 양릉피(陽陵陂)에 영채를 세우고 동오의 움직임을 보아가며 전진할 요량으로 머물러 있는다.
 한편 손권은 조조의 편지를 받아 보고 제의를 흔쾌히 승낙하는데 여몽은 손권에게 형주를 빼앗자고 권하지만 관우가 20~30리마다 봉화대를 쌓고 동오의 칩입에 대비해 엄중히 경계를 하고 있다는 척후병의 보고를 듣자 형주를 빼앗을 방법이 없어서 병을 핑계로 손권을 뵙지 않는다.
 육손은 여몽의 병이 꾀병임을 알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서 여몽을 찾아가서 말했다. "관우는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믿고 자기를 당해낼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소. 염려하는 사람은 오직 장군 뿐이오. 장군은 이런 기회에 병을 칭탁하고 사직한 다음에 육구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그 사람에게 비굴한 말로 관우를 찬미하게 하면 관우는 마음 가득 교만해져서 형주의 군사를 철수시켜 모두 번성으로 향하게 할 것이오. 만일 형주에 방비가 없으면 일려(一旅)의 병력만 가지고도 별도의 계획을 세워 기습하면 형주를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오."
 여몽은 육손의 계책대로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손권은 육손을 편장군 우도독(偏將軍 右都督)으로 삼아 여몽 대신 육구를 지키게 한다.
 육손은 관우에게 사자를 보내 푸짐한 예물을 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자는 공손한 편지를 전하니 관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육손을 가볍게 보고 형주에 있는 군사의 태반을 번성으로 이동시킨다.
 손권은 여몽에게 3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형주를 치게 하고 조조에게 편지를 보내 즉시 진군하여 관우의 배후를 습격하라고 한다.
 여몽은 장사꾼으로 변장한 군사들이 탄 배를 심양강(尋陽江)의 북쪽 기슭에 대고 강변 봉화대를 지키는 군사들에게 뇌물을 주고 배를 임시로 정박시킨 다음 배 안에 숨어 있던 정예병들로 하여금 봉화대의 군사들을 모조리 포박하게 하고 신호를 올려 요소 요소에 있는 봉화대의 군사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배 안으로 잡아들였다.
 여몽은 봉화대에서 잡은 군사들을 설득하고 무거운 상을 주어 마음을 사로잡은 후에 형주를 빼앗는 길잡이로 삼아 성문을 열게 하고 불을 질러 신호를 올리게 한다.
 여몽은 사로잡았던 군사들의 내응으로 손쉽게 형주를 빼앗고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우금을 풀어 주어 조조에게 돌려보낸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사인과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 우번이 공안의 부사인을 찾아가 투항을 권하자 부사인은 예전에 관우가 자신을 원망하던 일이 생각나서 동오에 항복하게 된다.
 손권은 남군의 미방을 항복시키기 위해 부사인을 남군으로 보낸다.

 제 76회: 맥성(麥城)의 최후

 부사인은 미방을 찾아가 항복을 권유하고 유비의 처남인 미방이 한참 망설이고 있는데 관우가 보낸 사자가 와서 군량이 모자라니 전장으로 백미 10만 석을 빨리 가져오지 않으면 즉시 목을 베겠다고 했다고 전하니 미방은 크게 놀라 형주를 이미 동오에 빼앗겼는데 어떻게 그 많은 양곡을 준비하느냐고 말한다.
 부사인은 칼을 뽑아 사자를 죽이고 여몽이 군사를 이끌고 성 밑까지 쳐들어오자 미방은 부사인과 함께 성을 나가 투항한다.
 한편 동오에서 형주를 기습하려 하니 관우를 협공해 달라는 편지를 받은 조조는 모사들과 상의하는데 주부(主簿) 동소가 이 소식을 번성에 알려서 애타는 군심(軍心)을 풀어 주고 동오가 형주를 기습하려 한다는 것을 관우에게 알려서 형주를 잃을까 봐 관우가 서둘러 군사를 물릴 때 서황에게 공격하게 하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조조는 이 계책을 따른다.
 관평과 요화는 서황의 군사에게 언성과 주요한 영채들을 빼앗기고 관우가 있는 본영으로 달아난다.
 관우는 서황과 80여 합을 싸우지만 화살에 맞은 오른팔이 다 낫지 않아 힘이 부치게 되어 관평이 징을 치자 영채로 돌아오는데 번성을 지키던 조인의 군사가 서황의 군사와 합세하여 양쪽에서 협공하니 형주의 군사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관우는 수하 장수들과 양양 쪽으로 달아나다가 파발마가 형주는 이미 여몽에게 빼앗겼다고 아뢰니 크게 놀라 감히 양양으로 달아나지 못하고 공안을 향해 가는데 공안의 부사인과 남군의 미방마저 동오에 항복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제서야 왕보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조루가 사람을 성도로 보내 구원을 청하고 군사를 이끌고 육로로 형주를 빼앗으러 가야 한다고 말하니 관우는 그 말을 따른다.
 그리고 조루가 지난날 여몽이 육구(陸口)에 있을 때 관우에게 양가(兩家)가 손을 잡고 함께 조조를 무찌르자고 했었는데 이제는 도리어 조조를 도와 우리를 기습한 것을 배신이라고 여몽을 책망하는 편지를 보내라고 하니 관우는 즉시 편지를 써서 사자를 형주로 보낸다.
 한편 여몽은 형주를 빼앗고 나서 형주에서 한 명이라도 함부로 죽이거나 민간의 재물을 한 가지라도 빼앗는 자가 있으면 군법에 따라 엄중히 처단하겠다고 명하고 본보기를 보여서 군사들의 기강을 잡고 형주 백성들의 인심을 얻는다.
 관우의 사자가 오자 여몽은 그것은 자신의 사견(私見)이었고 오늘의 일은 윗분(손권)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 와 있는 것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그 뜻을 관우에게 잘 말해 달라고 부탁하고 정중히 대접한다.
 역관에서 쉬고 있는 사자에게 관우를 따라 출정한 장수와 사병의 가족들이 자기들이 잘 있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자 사자는 관우에게 돌아와 여몽의 말을 전하고 장수와 사병들에게는 그들의 가족들이 편하게 잘 있다는 말을 전해 준다.
 관우의 군사들은 이로 인해 싸울 뜻이 없어지게 된다.
 관우는 군사를 이끌고 형주를 되찾으러 진군하지만 가는 도중에 많은 군사가 형주로 도망쳐 돌아간다.
 장흠, 한당, 주태의 삼면 공격을 받게 된 관우의 군사는 오던 길로 되돌아 달아나게 되고 다시 서성과 정봉의 군사의 공격을 받아 사방으로 포위된다.
 사방에서 형주 출신의 병사들이 자기 핏줄을 부르며 찾는 고함 소리가 그치지 않자 관우의 군사들은 마음이 변해서 모두 부르는 소리를 듣고 떠나가 버리고 관우를 따르는 군사는 겨우 3백여 명 뿐이었다.
 관평과 요화가 관우를 구해내어 작은 맥성에서 군사를 둔치자고 하니 관우는 그 말을 따른다.
 조루가 맥성은 상용(上庸)과 가까우니 유봉과 맹달이 지키고 있는 상용으로 사람을 보내 구원병을 청해서 그들이 구원하러 온다면 서천의 대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니 관우는 요화를 상용으로 보낸다.
 유봉과 맹달은 동오의 군사들이 비좁은 맥성을 포위하고 있고 조조의 대군은 마피에 둔치고 있는데 상용의 적은 군사로 돕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촉에서 군사가 오기를 기다리라고 말하니 요화는 아무리 애원을 해도 들어 주지 않자 유비에게 구원을 청하기 위해 성도를 향해 간다.
 한편 맥성의 관우는 상용의 군사가 지원하러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고 수하에 남아 있는 오륙백 명의 군사는 그나마 반수 이상이 부상자이고 성 안에는 양식마저 없어서 고초가 막심했다.
 제갈근이 맥성으로 찾아와 관우에게 항복을 권유하지만 관우는 자신은 충절을 목숨보다 중히 여긴다고 말하고 나서 제갈근이 입에 발린 거짓말을 하자 제갈근을 내쫓아버린다.

 제 77회: 관우(關羽)는 참수(斬首)되고

 여몽은 관우가 군사가 적으니 반드시 대로를 따라 도망가지 않고 맥성 북쪽의 험준한 소로로 달아날 것이라며 주연에게 5천 명의 정예병으로 뒤쫓게 하면 싸울 마음이 없는 관우의 군사는 임저(臨沮)로 달아날 텐데 반장에게 5백 명의 정예병으로 임저의 산골 후미진 지름길에 숨어 있게 하면 관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손권에게 말한다.
 관우는 북문 밖에는 적군이 많지 않음을 보고 북문 밖의 후미진 소로를 통해 서천으로 달아나려고 하는데 왕보가 소로에는 매복이 있을 테니 대로로 가야 된다고 간하자 이 말을 듣지 않는다.
 왕보와 주창은 군사 백여 명과 함께 맥성을 지키고 관우는 관평, 조루와 함께 군사 2백여 명을 이끌고 북문으로 돌격해 나간다.
 여몽의 계책대로 관우는 임저를 향해 달아나는데 그 와중에 조루는 혼전을 벌이다가 죽고 관우는 협석(夾石)에 다다르자 양쪽에 숨어 있던 복병이 한꺼번에 뛰어 나와 긴 갈고리와 올가미를 일제히 던져서 관우가 타고 있던 말을 걸어 넘어뜨리고 말에서 떨어진 관우는 반장의 부하 장수 마충에게 사로잡힌다.
 손권은 관우에게 항복을 권유하지만 관우는 욕설을 하고 꾸짖으며 항복을 거부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손권이 뭇 관원들에게 관우를 예를 다해 대접하면서 귀순하도록 권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주부 좌함이 말했다. "아니 되옵니다. 지난날 조조가 이 사람을 얻었을 때 후에 봉하고 벼슬을 준 다음 사흘에 한번씩 작은 잔치를 열어 주고 닷새에 한번씩 큰 잔치를 열어 주면서 말을 타면 금을 주고 말에서 내리면 은을 주었사옵니다. 이렇게 은전을 베풀고 예의를 다했지만 결국 잡아 두지 못했고 그가 관을 지키는 장수들을 죽이고 가도록 놓아 두었기 때문에 오늘날 도리어 그의 핍박을 받아 도읍까지 옮기며 그의 예봉을 피하려고까지 했사옵니다. 이제 주공께서 잡아 놓고 만일 즉시 제거하지 않으시면 후환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손권은 이 말을 듣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 말이 옳다고 여겨 끌어내 목 베어 죽이라고 명한다. 관우의 아들인 관평도 함께 참수된다.
 한편 맥성의 왕보와 주창은 동오의 군사들이 관우 부자의 수급을 가지고 와서 투항하라고 외치자 왕보는 성 위에서 투신자살하고 주창은 스스로 목을 찔러 죽고 맥성도 결국 동오에 넘어가서 형주는 평정된다.
 손권이 형주를 평정한 공을 축하하는 잔치를 여는데 여몽이 갑자기 관우의 혼이 씌워 손권의 멱살을 붙잡고 큰 소리로 꾸짖고 나서 손권을 밀어 넘어뜨리고 손권의 자리로 가서 앉아 호통을 쳤다. "나는 황건적을 무찌른 이후 30여 년 동안 천하를 주름잡아 오다가 이제 하루 아침에 너희들의 간계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나는 살아서 너의 고기를 씹지 못하고 죽었으니 당장 여가놈의 혼을 잡아가겠다. 나는 바로 한수정후 관운장(漢壽亭侯 關雲長)이다."
 여몽은 호통을 치고 나서 땅바닥에 거꾸러지더니 칠규(七竅)로 피를 쏟으며 죽는다.
 손권은 예를 다해 여몽의 시신을 장사 지내 준다.
 장소는 손권에게 유비가 의형제가 죽은 것을 알면 온 나라의 군사들을 일으켜 동오를 쳐서 원수를 갚으려고 할 테니 관우의 수급을 조조에게 보내면 유비는 조조가 시켜서 한 일임을 알고 조조를 원망하여 서촉의 군사는 오로 오지 않고 위로 갈 것이라고 말하니 손권은 그 말을 따른다.
 동오에서 관우의 수급을 보내오자 조조는 기뻐하는데 사마의가 그것은 동오가 북위에 화를 떠넘기려는 술책이라며 동오의 뜻을 막기 위해서는 관우의 수급에 향나무로 몸을 깎아 맞추어 대신의 예의로 장사 지내 주라고 한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그 계책을 따른다.
 한편 유비는 법정의 권유로 오일의 여동생인 오씨를 왕비로 맞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가끔 사람을 통해 관우와 형주의 소식을 전해 듣다가 관우와 관평이 동오의 손권에게 참수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외마디 비명을 크게 지르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제 78회: 조조(曹操), 제 명에 죽다

 조조는 심한 두통을 앓게 되어 명의 화타를 불러 진맥을 하게 하는데 화타는 병의 뿌리가 뇌 속에 들어 있어서 풍연(風涎)을 배출시킬 수가 없으므로 날카로운 도끼로 머리통을 열고 풍연을 꺼내면 금방 병근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조는 크게 노해 화타도 자신을 독살하려던 길평과 다를 게 없다면서 감옥에 가두라고 하는데 화타는 결국 감옥 속에서 죽고 만다.
 조조는 화타를 죽인 후 병세가 더욱 악화되는데 동오의 손권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전해 온다. "신 손권은 오래 전부터 천명(天命)이 이미 주상께 돌아간 것을 알았사옵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일찌감치 대위(大位: 황제의 위)를 바로 하시고 장수를 보내 유비를 토벌하사 양천을 평정하소서. 신은 곧 부하들을 거느리고 가서 영토를 헌납하고 귀순하겠사옵니다."
 조조는 이 편지를 읽고 크게 웃으며 손권이 자신을 화로 위에 앉히려는 것이냐고 말한다. 사마의가 손권에게 관작(官爵)을 내려 유비를 막게 하라고 말하자 조조는 그 말에 따른다.
 조조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데 하루는 밤에 세 마리의 말이 한 구유에서 여물을 먹고 있는 꿈을 꾸고 가후에게 물었다. "나는 지난날 말 세 마리가 한 구유에서 여물을 먹는 꿈을 꾸고 마등 삼부자(馬騰, 馬休, 馬鐵)가 화가 된다는 것으로 생각했었네. 지금 마등은 이미 죽었는데 어젯 밤에 다시 세 마리 말이 한 구유에서 여물을 먹는 꿈을 꾸었네. 무슨 일을 예시하는 것인가?"(사마의(司馬懿), 사마사(司馬師), 사마소(司馬昭)의 삼부자를 상징하여 설정한 것. 이들이 삼국을 통일하고 진(晋)나라를 세웠다.)
 가후가 말했다. "녹마(祿馬)는 길조(吉兆)이옵니다. 녹마가 조(曹)로 돌아왔는데 주상께서는 무엇을 더 의심하시옵니까?"(녹마는 관록(官祿), 즉 관청에서 주는 여물을 먹는 말이라는 뜻도 되지만 녹명(祿命)과 같은 말로 쓰인다. '벼슬을 하여 녹을 먹고 살 운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조(曹)는 구유(槽)를 말하는 것으로 조조(曹操)를 상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여물을 먹고 있는 말은 벼슬이 높아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좋은 징조이옵니다. 천자가 될 운명이 조씨(曹氏)에게 돌아왔는데 주상께서는 무엇을 더 의심하시옵니까?"라는 뜻을 담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시를 지어 말했다.

 말 셋이 한 구유에 먹으니 의심스러운 일이네(三馬同槽事可疑)
 자신이 진나라 뿌리 심어 놓고도 몰랐네(不知己植晋根基)
 조만은 부질없이 간웅 책략 구사했으니(曹瞞空有好雄略)
 조정 안에 사마사단 있는 줄을 어찌 알랴(豈識朝中司馬師)

 조조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조홍과 진군, 가후, 사마의 등을 불러서 말했다. "나는 평생 셋째 조식을 사랑했다. 그러나 사람이 겉치레가 심하고 성실성이 부족한 데다 술을 좋아하고 멋대로 굴어 세자로 책봉하지 않았다. 둘째 조창은 용감하기만 할 뿐 지략이 없고 넷째 조웅은 병치레가 많아 오래 살기 어려울 것이다. 큰 아이 조비만은 온후하고 독실하며 공순하고 조심스러우니 나의 기업을 계승할 만하다. 경들이 잘 도와 주도록 하라."
 조조는 마침내 건안(建安) 25년(AD 220년) 정월에 66세의 나이로 죽는다.
 화흠은 헌제를 위협하여 조비를 위왕으로 삼고 승상(丞相) 겸 기주목(冀州牧)으로 봉하게 한다.
 조비가 왕위에 올라 연회를 벌이고 경하를 하는데 장안에서 조조의 둘째 아들 조창이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업성으로 온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조비는 크게 놀란다.

 제 79회: 형제 갈등(兄弟 葛藤)

 그때 간의대부(諫議大夫) 가규가 조창을 설복시키겠다고 나선다.
 조비가 대단히 기뻐하며 가규에게 조창을 맞이하러 나가 보라고 한다.
 조창이 가규에게 물었다. "선왕(先王: 조조)의 옥새는 어디 있는가?"
 가규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가정에는 장자(長子)가 있고 나라에는 세자(世子)와 여러 왕자(王子)들이 계시옵니다. 선왕의 옥새는 군후(君侯)께서 물으실 일이 아니옵니다."
 조창은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규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와서 궁문 앞에 이르렀다.
 가규가 물었다. "군후께서는 상고 때문에 오셨사옵니까? 왕위를 다투러 오셨사옵니까?"
 조창이 말했다. "나는 선왕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경황없이 달려오는 길일세. 달리 품은 마음은 없네."
 가규가 말했다. "다른 마음이 없으시다면 어째서 군사를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오시나이까?"
 조창은 즉시 좌우의 장수와 병사들을 꾸짖어 물리치고 혼자서 대내로 들어와 조비를 만나고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군마를 모두 조비에게 넘겨 준다.
 조비는 우금에게 능일(陵事)을 관리, 감독하게 하는데 우금이 명을 받들고 능으로 가자 능의 재실 백분벽(白粉壁)에는 관우가 칠군(七軍)을 물로 휩쓸며 우금을 사로잡는 장면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관우는 의젓하게 상좌에 앉아 있고 방덕(龐德)은 성을 내며 무릎을 꿇지 않았으나 우금은 땅에 엎드려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원래 조비는 우금이 싸움에 지고 사로잡혔으나 죽어서 절개를 지키지 못하고 적에게 항복했다가 다시 돌아오자 그의 사람됨을 비루하게 여겼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능의 재실 분벽에 그런 그림을 그려 놓고 일부러 가 보게 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우금은 그 그림을 보자 부끄럽고 원망스럽고 화가 치밀어 병이 나고 오래지 않아 죽었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어 한탄했다.

 30년간 사귀어 온 옛정으로 말하자면(三十年來說舊交)
 어려움 당해 조조에게 불충한 게 안타깝지만(可憐臨難不忠曹)
 사람을 안다고 속내까지 아는 건 아니니(知人未向心中識)
 이제부터 범을 그릴 때는 뼈까지 그리시오(畵虎從今骨裏描)

 조비는 조식이 아버지의 죽음에도 업성으로 오지 않자 허저를 조식이 살고 있는 임치성으로 보내 조식을 잡아 오게 한다.
 조비, 조창, 조식, 조웅의 어머니 변씨가 조비에게 울면서 조식을 죽이지 말라고 말한다.
 화흠은 조비에게 조식의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니 뒷탈이 생기기 전에 죽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조비는 어머니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고 말한다.
 화흠은 사람들이 모두 조식의 출중한 문재를 말하는데 조비가 이를 시험해 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즉시 죽이고 과연 그렇다면 관작을 깎아 내려 천하 문인들의 입을 막으라고 말한다.
 조비는 그 말에 따라서 조식에게 전각 안에 걸려 있는, 두 마리의 소가 흙담 밑에서 싸우다가 한 마리가 우물에 빠져 죽는 수묵화를 가리키고 일곱 발걸음을 떼기 전에 시 한 수를 지어야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 그림을 제목으로 삼아라. 그러나 시 속에 '이우투장하(二牛鬪墻下: 두 마리의 소가 담 밑에서 싸운다)'나 '일우추정사(一牛墜井死: 한 마리의 소가 우물에 빠져 죽는다)'따위의 글자가 들어가면 아니 된다."
조식이 일곱 발걸음을 옮기며 이미 시를 지어 읊자 조비와 뭇 신하들은 모두 놀란다.
 조비는 다시 자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시 한 수를 지으라고 말하는데 형제(兄弟)라는 제목으로 글을 짓되 형(兄)이나 제(弟)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조식은 간단히 사색도 하지 않고 즉시 시 한 수를 읊었다.

 콩을 볶으려고 콩깍지를 태우니(煮豆燃豆萁)
 콩이 가마 속에서 우네(豆在釜中泣)
 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는데(本是同根生)
 어찌 이렇게 호되게 들볶는가(相煎何太急)

 조비는 이 시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조비는 조식을 강등시켜 안향후(安鄕侯)로 삼는다.
 조비는 왕위를 계승한 뒤부터 법령을 일신하여 아버지보다 더욱 모질게 헌제를 위협하고 핍박한다.
 한편 유비는 조비가 조조보다 더 모질게 황제를 핍박하는 데도 동오의 손권은 공수(拱手)를 하며 신하를 자칭하고 있으니 먼저 동오를 정벌하여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고 하는데 요화가 땅에 엎드려 울면서 관우 부자가 죽게 된 것은 유봉과 맹달이 돕지 않은 것 때문이니 먼저 이 두 사람의 목을 베라고 말한다.
 유비는 즉시 사람을 보내 잡아오려고 하다가 제갈량이 서두르면 변이 생기니 일단 태수로 승진시켜 안심을 시킨 후에 천천히 도모하자고 간하자 그 말에 따라서 유봉을 승진시켜 면죽을 지키게 한다는 사령장을 보낸다.
 팽양은 맹달과 매우 친해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 편지를 써서 심복 부하를 시켜 맹달에게 보내는데 심복 부하는 마초의 순시군에게 붙잡혀서 마초가 심문하여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마초는 팽양과의 술자리를 만들어서 그의 마음을 떠보는데 팽양이 역모할 뜻을 품고 있음을 알고 유비로 하여금 팽양을 옥에 가두어 죽이게 한다.
 맹달은 팽양이 옥중에서 죽은 것을 알고 신탐, 신의 형제를 불러 자신이 법정과 함께 유비에게 공을 세웠는데 법정은 이미 죽고 유비는 자신의 공을 잊고 해치려 하니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말한다.
 신탐과 신의는 오래 전부터 위에 투항하고 싶었는데 맹달이 먼저 항복하면 자신들도 뒤따라 항복하겠다고 하자 맹달은 그 말에 따라 표 한 통을 써서 사자에게 주어 한중왕 유비에게 보내고 50여 기를 이끌고 위로 투항하러 간다.
 유비는 크게 노해 표를 읽는다.
  "신 맹달이 엎드려 생각하건대 전하께서는 이육(伊尹)과 여상(呂尙: 太公望) 같은 업(業)을 세우고 제환공(齊桓公)과 진문공(晋文公) 같은 공을 이루시고자 큰일을 시작하셨고 오초(吳楚: 손권과 형주)의 힘을 빌었나이다. 이리하여 쓸 만한 인사들이 가슴 깊이 믿고 모여들었나이다. 신은 전하께 헌신해 오는 동안 저지른 잘못이 산처럼 쌓였다는 것을 신 스스로가 알고 있으니 하물며 임금께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사옵니까? 이제 왕조가 흥성해지려면 뛰어난 인재가 빽빽히 모여들어야 하옵니다. 신은 안으로 들어가도 전하를 보좌할 만한 그릇이 못 되고 밖으로 나와도 장수로서 부하를 거느릴 만한 재목이 못 되는데 공신의 반열에 올라 있어 진실로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있사옵니다. 신이 듣자니 범여는 기미를 알고 오호(五湖)에서 떠돌았고 구범은 사죄를 하고 황하(黃河)가를 머뭇거렸나이다. 대저 한창 사이가 좋을 때 용서를 빌고 사직을 자청한 것은 거취를 깨끗이 하려고 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신은 비열하게도 큰 공을 세운 것도 없이 스스로 현재의 상황에 얽매여 가만히 전현(前賢)들을 사모하자니 생각할수록 부끄럽사옵니다. 옛날에 신생(申生)은 더 할 수 없는 효자였지만 아버지의 의심을 샀고 오자서(伍子胥: 오원(伍員)을 말하는 것.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 아버지와 형이 초의 평왕(平王)에게 피살되자 오(吳)로 망명하여 오왕 합려(闔廬)를 도와 초를 쳤다. 다섯 번의 전쟁 끝에 초의 수도를 함락했는데 그때 평왕은 죽고 없었다. 그러자 오원은 무덤에서 평왕의 시체를 파 내어 가루가 될 때까지 채찍질을 하여 원수를 갚았다. 이 전쟁을 하면서 합려는 부상을 당해 죽고 아들 부차(夫差)가 왕위를 이어 전쟁을 계속했으며 초를 크게 무찔렀다. 그러자 월왕 구천(越王 句踐)은 강화를 요청했고 부차는 허락했다. 오원이 아무리 간해도 듣지 않았다. 그 후 태재비가 월의 뇌물을 받고 오원을 모함하자 부차는 그 말을 믿고 오원에게 칼을 주며 이 칼로 자살하라고 했다. 오원은 사인(舍人)에게 "내가 죽거든 눈알을 빼다가 오성(吳城) 동문(東門)에 달아 두거라. 월이 쳐들어와 오를 멸망시키는 것을 보아야겠다."라고 말하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그가 죽은 9년 후에 과연 오는 월에 멸망했다.)는 지극한 충신이었지만 임금에게 죽음을 당했으며 몽념(夢恬)은 변경을 개척했지만 대형(大刑: 죽음)을 입었고(진시황제의 장군으로 북쪽의 흉노를 토벌하여 멀리 쫓고 만리장성을 쌓는 등 큰 공을 세웠으나 시황제가 죽은 뒤 조고(趙高)의 무고를 받아 음독자살했다.) 악의(樂毅)는 제(齊)나라를 무찔렀지만 무고를 당했나이다. 신은 늘 그 책을 읽을 때마다 강개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직접 그런 일을 당하게 되니 더욱 슬프고 기가 막히는 것은 어째서이옵니까? 형주가 패배하여 괴멸하면서 대신(大臣: 관우)이 절제를 잃는 바람에 백에 하나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는데 오직 신에게만 트집을 잡으시니 상용(上庸)과 방릉(房陵)을 돌려드리고 다시 사직을 청하며 스스로를 국외로 쫓으려 하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전하께서는 성은(聖恩)을 느껴 깨달을 수 있도록 신의 마음을 불쌍히 여기시고 신의 행동을 슬프게 여겨 주소서. 신은 진실로 소인(小人)이라 끝내 전하를 섬기지 못하옵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 하는 일이니 감히 죄가 아니라고 말하겠사옵니까? 신은 매양 듣자오니 '정을 끊을 때는 험담이 없어야 하고 떠나간 신하에게는 원망이 없어야 한다'고 하옵니다. 신의 잘못은 군자에게 가르침을 받을 터이니 제발 군왕(君王)께서도 분발하여 노력하소서."
 유비는 자신을 배반하면서 어찌 감히 문사(文辭)로 조롱하느냐며 크게 노한다.
 제갈량은 유봉과 맹달을 서로 싸우게 하라고 하며 유봉은 이기든 지든 반드시 성도로 돌아올 것이니 그 때 제거하라고 말하는데 유비는 이 말에 따른다.
 유봉이 5만 군사를 이끌고 양양으로 쳐들어와서 오로지 맹달하고만 싸우겠다고 도전하니 맹달은 조비에게 유봉을 설득하여 항복시키겠다고 말한다.
 맹달이 유봉에게 위에 항복을 권유하는 편지를 보내자 유봉은 크게 노해 역적이 숙질간의 의리를 끊어 놓더니 부자간의 정리마저 이간질시켜 자신을 불충불효한 놈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편지를 찢어버리고 맹달이 보낸 사자를 죽인다.
 유봉은 하후상, 서황, 맹달의 군사의 협공을 받자 크게 패해 달아나지만 상용성과 방릉성은 이미 신탐과 신의가 위에 항복하여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1백여 기 밖에 남지 않은 군사를 이끌고 성도로 간다.
 노한 유비에게 유봉이 맹달이 못 가게 말려서 관우를 구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니 유비는 더 노해서 유봉을 목 베어 죽이게 한다.
 유비는 유봉을 죽인 후에 유봉이 맹달의 항복을 권하는 편지를 찢고 사자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후회했으며 또한 관우의 죽음을 애통히 여기다 앓아 눕게 되어 군사를 멈추어 둔 채 움직이지 않는다.
 한편 위의 하후돈은 병으로 죽는다.
 위에서는 화흠, 왕랑, 신비, 가후 등 40여 명의 문무 관료들이 내전으로 들어가 헌제에게 위왕 조비에게 선위(禪位)를 하라고 아뢴다.

 제 80회: 너도 황제, 나도 황제

 문무 관료들은 끈질기게 헌제에게 선위를 강요하고 조홍은 부보랑(符寶郞) 조필에게 옥새를 달라고 하는데 조필이 옥새는 천자의 보물인데 어떻게 멋대로 달라고 할 수 있느냐며 꾸짖자 무사들에게 조필을 끌어내 목 베어 죽이게 한다.
 헌제는 공포 분위기에 못 이겨 울면서 선위를 허락한다.
 마침내 헌제는 폐위되어 산양공(山陽公)에 봉해지고 조비는 나라의 이름을 대위(大魏)라고 하고 아버지 조조의 시호를 태조 무황제(太祖 武皇帝)라고 지어 올린다.
 이 소식을 들은 촉에서는 유비가 한사코 거절하는 데도 유비를 황제로 삼고 왕비 오씨를 황후로 책립하고 유선을 황태자로 삼고 제갈량을 승상으로 삼는다.
 다음날 유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전국의 군사를 모두 일으켜 동오를 쳐부수겠다고 말한다.

 제 81회: 원수를 갚아라

 조자룡은 한나라를 찬탈한 역적은 공공의 원수지만 형제를 죽인 것은 사사로운 원수이니 위를 먼저 치라고 강력히 간하지만 유비는 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한편 장비는 낭중에서 관우의 죽음을 전해 듣고 비통에 잠기는데 술에 취하면 노여움이 더욱 북받쳐 조금만 거슬리면 장수건 사병이건 닥치는대로 매질을 해서 맞아 죽는 사람이 많이 생기게 된다.
 장비는 성도에서 사자가 오자 사자와 함께 성도로 가는데 유비는 제갈량과 신하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다가 장비가 와서 관우의 원수를 갚자고 울며 말하니 오를 칠 마음이 더 굳어져서 장비를 낭중으로 떠나보내면서 장비가 술만 마시면 용사들을 마구 때리고 또 때린 사람들을 옆에 두고 있으니 그것은 화를 부르는 지름길이라며 용사들을 때리지 말고 때린 사람을 옆에 두지 말라고 타이른다.
 장비는 낭중으로 돌아와서 사흘 안에 백기(白旗)와 백갑(白甲: 흰 갑옷)을 만들어서 삼군(三軍)이 상복을 입고 오를 치러 가자고 명을 내리는데 막하의 하급장교인 범강과 장달이 그 많은 백기와 백갑을 사흘 안에 만들 수 없으니 기한을 더 늘려 주어야 한다고 고한다.
 장비는 자신의 명을 어기려 드느냐며 크게 노해 무사들에게 두 사람을 50대씩 채찍질을 하게 한다.
 범강과 장달은 내일까지 다 만들지 못하면 장비가 자신들을 죽이리라 생각하여 만취해서 침상에 누워 자고 있는 장비의 배를 칼로 찔러 죽이고 목을 잘라서 수십 명의 군사와 함께 동오에 투항한다.
 결국 장비는 55세의 나이에 부하의 손에 죽는다.
 유비는 출정길에 장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진다.
 한편 동오의 손권은 장비의 수급을 가져온 범강과 장달을 거두고 유비가 70만 대군을 거느리고 동오로 출정하자 관리들과 대책을 상의하는데 제갈근이 양국이 화친하고 힘을 합쳐 조비를 토벌하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손권은 크게 기뻐하며 제갈근을 유비에게 사자로 보낸다.

 제 82회: 유비는 동정(東征)에 나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