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엠블럼, BMW 그릴 바꾸는 진짜 이유.jpg

최근 아우디는 독일과 미국에서 새로운 엠블럼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네 개의 동그라미가 겹쳐진 기존 엠블렘의 테두리만 살려낸 형상으로, 안쪽이 깔끔하게 비워져 마치 몽실몽실한 '구름'처럼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아우디의 새 엠블럼에 대해 커넥티드 기술을 통한 '연결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존보다 단순한 엠블럼을 내세워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라고는 하는데요, '꿈보다 해몽'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올해 봄, 중국 북경 모터쇼에 BMW 전기 콘셉트 카, iX3가 나왔는데요. 라디에이터 그릴이 싹 바뀌었죠. BMW는 마치 콩팥처럼 두 개로 나뉜 '키드니 그릴'을 아주 오래 써 왔는데요, 새로운 콘셉트 카에는 키드니 그릴의 가운데를 합쳐 놨습니다. (마치 기아차 호랑이코 그릴 처럼 보일 정도로요)

당시 BMW 현장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시도다" "콘셉트 카일 뿐이다" "실제 적용되려면 아주 많이 검토해야할 듯" 등의 답변으로 '물타기'를 했는데요, 이후 집요하게 물어-물어-물어서 "자율주행차 센서 때문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에 이러저러한 센서가 많이 달리게 됩니다. 센서로 길을 읽어서 가는 겁니다. 그리고 차의 맨 앞, 정 중앙에도 아주 중요한 센서가 들어가게 됩니다. 정중앙 앞 장애물이나 앞 차 등을 감지하는 센서이겠지요.

그런데 이 센서 앞에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금속제 물질이 있으면, 센서 신호가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BMW의 새 콘셉트 카 iX3에 둘로 나뉜 키드니 그릴 대신, 가운데가 이어진 그릴을 붙였던 겁니다. 그릴 가운데 바로 뒤에 센서가 들어가는 것이죠.

이미 앞 차와 거리를 감지해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기능이 달린 차들도 '센서' 때문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조금 만진 걸 볼 수 있어요. LF 쏘나타의 경우, 현대 엠블럼을 위로 올리면서 바로 밑에 센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엔 현대 엠블럼을 '인듐'으로 만들어 넣는다고 합니다. 인듐은 금속 느낌은 내지만, 센서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재라고 해요.

BMW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센서를 (키드니 그릴을 피해) 범퍼 아래 넣어 왔습니다. 아우디도 (엠블럼을 피해) 범퍼 아래 당구공처럼 생긴 검은 공 뒤에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센서를 넣었어 왔습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의 맨 앞, 정 중앙에 꼭 '라이다' 센서를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 옮겨 붙이질 못하기 때문에, BMW는 그릴을 바꾸려 하고, 아우디는 구름처럼 생긴 새 엠블럼의 특허를 출원한 겁니다. 

아마, 몇몇 회사들도 (같은 이유로) 그릴이나 엠블럼을 바꿀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