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승 싼타페보다 5인승 싼타페가 인기있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세나 유행에 민감한 편이다. 어벤져스:인피니티워의 흥행수익이 우리나라가 북미, 중국, 영국 다음을 차지해 세계 4위를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에서 천 만 영화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주류로 보이는 분야에 동참하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소외감을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트렌드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입이 닫히는 때도 있으니까. 
 
자동차처럼 큰 돈이 나가는 재화는 유행의 근거가 비교적 명확하다. 다른 구매요인을 잊게 할 만큼 예쁘거나 가성비가 좋거나 세제혜택이 크거나 아름다운데 빠르기까지 하거나. 한때 7인승 SUV가 인기였던 적이 있다. 승합차로 분류된 덕에 동일 배기량의 승용차보다 세금이 저렴했고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 지금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10인승부터 승합차에 속하게 되어 7인승은 세제혜택이 없어진 지 오래고 가족형태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유행이 바뀌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고령화사회가 아니라 고령사회다. 작년인 2017년 8월말에 65세 인구가 7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넘었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만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속도고 일본보다는 7년이 빠르다. 출산율은 올해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1.0명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 달라진 것. 조금 더 옛날에는 4인 가족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생각을 하는 젊은 부부들이 적지 않다. 요새 젊은 세대가 특별하게 아이를 싫어하는 경향을 가진 게 아니라 외벌이로는 가정을 꾸려 나가기 어려워서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까닭이다. 정시퇴근과 육아휴직제가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지는 아이 하나만 키우는 것도 힘에 부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중형 SUV의 쌍두마차 중 하나인 싼타페. 이 모델도 역시 5인승이 7인승보다 더 많이 팔린다. 이미 2015년의 어느 기사에서 5인승 SUV가 7인승보다 잘 팔린다고 보도된 적이 있는 만큼,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현상은 아니다.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자동차에 태우는 사람은 대부분 가족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닐 일이 종종 있다면 7인승을 고려하게 되는데, 7인승의 목적을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9인승이나 11인승 카니발로 넘어가야 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싼타페에서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긴 하지만 11인승 카니발은 승합차로 분류되어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를 이용하면 이동시간을 아낄 수 있다. 9인승은 세금혜택이 없다.

자신의 가족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5인승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실제 차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혹시 몰라서 7인승을 샀지만 쓴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쓰지도 않는 시트를 탈거해서 적재공간을 넉넉히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처음부터 5인승을 구매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작업이었다. 3열 시트가 꼭 필요한지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휴일이나 주말에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글램핑의 경우에는 SUV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야영지에서 직접 가져온 기구들로 요리를 하고 텐트도 직접 치는 전통적인 캠핑을 계획한다면 SUV의 적재공간이 쓰임새가 많다. 7인승 싼타페는 적재공간이 130리터밖에 안 되지만 3열을 폴딩하면 625L까지 커진다. 2열도 폴딩할 수 있기 때문에 탈거가 부담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시트를 폴딩하더라도 5인승만큼의 적재공간이 나오지는 않는다. 시트가 차지하는 부피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거운 짐을 싣는다면 폴딩된 시트 위에 올려놓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시트를 폴딩해도 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3열 시트를 탈거하는 방법도 있다. 의자를 떼어 내거나 다른 작업 등으로 자동차의 공차중량이 줄어들게 되면 구조물 변경 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다. 편의상 눈 감아주거나 신경을 안 쓰는 검사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검사소도 있다.

과거에는 7인승 SUV를 타면 세금을 적게 냈다. 쌍용이 7인승 무쏘 출시할 때, 5인승 무쏘의 짐칸에 2인용 간이의자를 놨었는데, 심지어 3열에 타기 위해서는 사이드 도어가 아니라 해치백을 열어서 타야 했다. 7인승 구조로 만들어진 차가 아닌데도 괴랄한 방법으로 7인승으로 변형해 판매한 것이다.

당시에는 7인승 SUV가 승합차여서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년 전인 1999년 기준으로 무쏘 5인승 2.9리터 모델의 세금이 63만2,280원, 7인승 2.9리터 모델은 6만5,000원이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있어 10인승부터 승합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이들 차량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6인 이상 승차한 경우에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는 이 법을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단속카메라로는 잡기가 어려운 까닭인데 가끔 암행순찰차가 단속하기도 한다. 

승용차는 6만원, 승합차는 7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하며 30점의 벌점을 받는다. 과태료는 벌점 없이 각각 9만원, 10만원이다. 머리가 아파온다. 그냥 조금 더 저렴하고, 조금 더 넓은 5인승 SUV로 마음 편하게 다니자. 그게 유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