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도 전복시키는 위력을 가진 블랙아이스를 만났을 때 대처법

지난 16일에 영국의 스포츠카인 맥라렌이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 전복사고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죽암휴게소 인근에서 일어났고 전복된 맥라렌 운전자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사고 원인은 커브를 돌다가 블랙아이스 때문에 미끄러진 걸로 추정된다. 

겨울의 노면은 여름보다 많은 위험이 도사린다. 눈이 오고 있을 때도 위험하고, 타이어 마찰열 때문에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어는 것도 위험하다. 비가 오면 이번 맥라렌 사고를 일으킨 원인인 블랙아이스나 빙판길이 생기기 쉽다. 추위는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도로의 건강도 해친다.

블랙아이스의 정체는 이름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직역하면 검은색 얼음결정인데, 도로 위 남아 있던 녹은 눈이나 비가 도로 위 오염물질과 엉겨붙어 만들어진 얼음막이다. 더러워져서 어두운 색깔을 띠게 되어 아스팔트 도로에 생기면 운전자가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일반도로보다 14배, 눈길보다는 6배 미끄럽다고. 알고 미끄러져도 위험한데,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블랙아이스가 잘 생기는 곳은 지열이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다리 위나, 항상 그늘져 있는 곳이 많은 터널 안쪽과 주변이다. 이런 곳을 지날 때는 미리 서행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빙판길, 눈길, 블랙아이스, 차갑고 마른 노면 등이 전부 위험하다. 젖어 있지 않지만 차가운 노면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타이어에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용과 약간의 번거로움 때문에 윈터 타이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사계절용 타이어를 사용한다. 여름용 타이어보다는 조금 낫긴 하지만 예방한다는 관점에서는 윈터 타이어보다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름용 타이어와 사계절 타이어는 소재가 똑같다. 트레드에 있는 홈의 깊이와 갯수가 다를 뿐이다. 굵게 나 있는 홈을 그루브라고 하며 미세한 홈들을 커프라고 하는데, 사계절용 타이어는 이 그루브가 더 깊고 굵으며 커프가 더 많다. 여름용 타이어보다는 접지력이 좋겠지만 차가운 기온에서는 여름용 타이어처럼 딱딱해진다. 부드러움을 잃어버리는 만큼 도로를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기 때문에 접지력이 떨어져 미끄러질 확률이 높아진다.  

윈터 타이어는 소재가 달라서 차가운 기온에도 말랑말랑함을 유지하기 때문에 접지력을 거의 잃지 않는다. 물론 그루브와 커프의 홈이 충분할 때의 이야기다. 이 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닳게 되면 제아무리 윈터 타이어라도 노면을 똑바로 움켜쥐기 힘들다.

빙판길이나 블랙아이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서행을 미리 하지 못했거나, 서행을 했는데도 차체가 미끄러진다면 스티어링휠을 적절히 움직여주는 게 중요하다.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원리를 이해한다면 처음이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차체가 미끄러지면 뒷바퀴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중심을 잃고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질 확률이 높다. 특히 맥라렌 같이 가속하는 힘이 좋은 차일수록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뒷바퀴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면 스티어링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카운터 스티어링이라고 하는데, 자동차가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앞바퀴이기 때문에 앞바퀴는 계속 진행방향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자동차의 뒤가 오른쪽으로 흘러서 보닛이 왼쪽을 바라보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스티어링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앞바퀴가 원래의 진행방향을 향하게 된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기본적으로 서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미 속도가 올라간 상태라면 속도를 줄이는 방법 또한 중요하다. 브레이크 페달로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면 한결 안전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원래의 속도에 해당하는 기어 단수를 두어 단계 낮춰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는 방법. 자동변속기는 N,D,R,P 외에 '+'와 '-' 표시가 보일 텐데, 기어 레버를 '+'에 놓으면 기어 단수가 올라가고 '-에 놓으면 내려간다. 이를 이용해서 단수를 조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