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회사는 무척 영세한 시설물 제조 업체입니다.
사장 포함 총 직원은 총 여섯 명. 바쁠 땐 일용직 몇 명 고용해서
일을 합니다. 사무실엔 경리와 저 둘만 있고요.
제가 하는 일은 도면 작성, 3D모델링, 홈페이지 관리,
견적서 작성
그 외 잡다한 업무를 하는데 정규직은 아닙니다. 일당으로 계산해서
한 달치 받습니다. 월급으로 치면 한 달 온전히 다 나오면 200 살짝 넘을 때도
있고 쉬는 날이 많으면 160 정도 되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여튼 평균 190-200정도 받는다 보면 되는데 이직이 쉽지 않은 게 지역도
너무 후지고 어머니 모시고 살다 보니 못해도 200은 되어야 조금 덜 빠듯하게
살더라고요. 그래서 이력서는 넣고 있는데 제 스펙도 사실 후지기도 하고요..
200씩 주는 회사도 거의 없어서.. ㅎㅎ 아직도 이 회사에 다닙니다.
올 1월에 회사에 돈이 좀 필요했는데 통장이 텅 비었었나 봅니다. 물론 어음으로
대금이 들어오긴 했는데 3월에 풀리는 지라.. 사장이 발을 동동 구르니
이제 들어온 지 1년 조금 넘은 경리 아주머니가 자기 남편에게 말해서 돈을 대출 받아
사장에게 알아서 꿔주더군요. 3월에 풀리는 어음 가져가는 조건으로.
(대출 금액이랑 어음이랑 거의 엇비슷했거든요)
그래서 한 차례 위기?를 넘겼는데 이번 달 직원들 월급 나갈 돈이 부족했나봅니다.
사장이 자연스럽게 경리에게 오더니 대출 좀 받을 수 있느냐고.. 결국 경리가 또
대출 받았고 그 돈으로 회사 직원들 월급과 급하게 입금해줘야 할 돈들을 막았습니다.
그리고는 경리는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 (이전에 일하던 경리 누님은 10년동안
월급도 안 오르고 계속 대리..물론 직급이 바뀌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회사이긴하지만요)
신기한 것은 경리의 마인드가 이 회사는 내 회사다 라는 마인드라서 사장을 참으로
안쓰럽게 여기는 점이 재밌습니다. 이전 경리 누나는 12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을
아직도 다 못받고 겨우겨우 사정해야 한달에 100만원씩 받아가는 것을 보고도..
사장이 안쓰럽다며 편들어주기 바쁜..ㅎㅎ
어쩌다 보니 이 회사와 연을 맺은 지 좀 되었는데 일하면서 저를 가르친 것은 사장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인터넷이더라고요. 일하다 막히면 인터넷 검색과 해당 프로그램
사용자들 모인 곳 가서 물어보고 해결해왔습니다. 요즘 들어 사는 게 참 막막하네요.
물론 이렇게 된 것은 안일했던 제 자신이 초래한 것이겠지만요. 이렇게 구구절절 적고보니
참 창피하기도 합니다. 일용직 같은 저보다 워낙에 스펙좋고 돈도 많이 받는 분들이 계시는 곳이
이토라서...-,.-;; 그냥 답답한 마음에 주절주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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