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시작은 참 늦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여자를 사귄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였으니까.
뭐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남중, 남고를 나왔지만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극이란 것을 3년 동안 했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면 알음알음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는 안가지만 소개팅이 끝나고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상대방에게,
" 부모님이 집에 여자가 전화하는 거 안좋아하셔 "라고 대답을 했었던 것 같다.
나의 연애는 대학교 1학년 때 시작되었다.
계기는 간단했다.
내 첫사랑이자 짝사랑이 내 친구와 사귀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단념하고,
그 다음 내가 좋아했던 소녀는 나의 고백에 뛸 듯이 기뻐했었지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날 좋아하는 바람에
나의 고백을 거절하고 친구를 선택했었다.
그 사실은 내가 군대를 간 이후에 우연히 그녀의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게 된 친구 놈이 알려 주면서 알게 되었었고,
거절을 당했던 당시에는 영문도 모른 채 혼자 힘들어 하기만 했었다.
그런 경험은 나에게 서로 어긋난 사랑이 얼마나 아픈 것 인지 알게 해 주었고,
그런 상처를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은 사람으로 하지 못할 일이란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그 뒤로는 참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졌던 것 같다.
마음에 없어도 누군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주저 없이 만났다.
그 사람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은 그들에게 나와 같은 상처를 주는 것이라 믿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부대표였기 때문에 모든 미팅건수들이 나에게 들어왔고,
난 인솔자란 명분 아래 수많은 미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한창 때는 동시에 세 명까지 만났던 것 같다.
하지만 끝나는 이유는 대부분 한가지였다.
난 절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은 했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랑한다는 말은 아주 특별한 확신이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군대를 가서 크게 후회를 했다.
난 상처를 주기 싫다는 미명 아래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깨닳게 되었다.
그 뒤로는 쉽게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제대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 후배가 소개팅 해 볼 생각이 없냐고 했다.
자신의 친구가 저와 참 잘 맞을 것 같다는 것 이었다.
그녀는 모대학의 국문과에 다니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매력이었다.
후배의 말대로 그녀와 대화가 잘 통했었다.
커피숍을 나와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친한 동네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 뭐하냐? "
" 지금 놀고 있는데요 "
" 홍대로 나와라 "
" 저..지금은 좀 곤란합니다. "
" 왜? 여자친구라도 만나냐? "
" 네 "
" 미친, 구라치지 말고 나와. "
" 진짠대요? "
" 그럼 여친 데리고 와라. 오늘 풀코스도 쏴주마 "
" 진짜죠? "
" 그래 임마 "
전화를 끊고 그녀에게 말을 했다.
" 공짜 술 마시고 싶지 않냐? "
" 공짜 술이요? "
" 어, 친한 선배가 여자친구 데리고 오면 양주 사준대. "
" 진짜요? "
" 한번 눈 딱 감고 여자친구인 척 해라. 그러면 공짜 술도 마시고 좋잖아 ㅋ "
" 네 알겠어요 "
그렇게 우리는 홍대로 갔다.
선배는 약속대로 바에서 양주를 사주고 노래방까지 갔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미 막차가 끊긴 상황.
이미 우리는 어느 정도 취해 있는 상황이었다.
" 영화나 보고 갈까? "
" 지금요? "
" 어차피 차도 끊겼는데 첫차 다닐 때 까지 한편 볼 시간 되겠다. "
" 네 좋아요 "
우리는 DVD방으로 갔다.
고른 영화는 '도그마'였다.
조금 보다가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영화는 끝나 있고 그녀는 자고 있었다.
그녀를 깨워 첫 차를 태워 집으로 보냈다.
그렇게 소개팅을 끝내고 며칠이 지났다.
소개팅을 주선했던 후배가 나에게 항의를 했다.
" 오빠, XX이 연락처도 안물어 봤어요? "
" 어...아 맞다. 내가 깜박했다. 연락처가 뭐지? "
" 걔 지금 삐쳤어요. "
" 어 미안. 내가 연락해 볼께. "
연락처를 받고 고민을 시작했다.
난 당시 아직 잊지 못하고 있던 한 여자가 있었다.
나의 이십대를 지배했던 여자이리라.
하지만 그 때 즈음에는 잊어 보기 위해 노력을 하기 시작하던 때 였다.
그녀를 다 잊고 만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친한 선배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그녀에게 말했다.
" 나 사실은 오래 전 부터 좋아하던 여자가 있어.
그런데 지금은 잊으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다 잊지는 못한 것 같아.
그런 나라도 좋다면 우리 한번 만나 볼래? "
그녀는 좋다는 대답을 해 줬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6개월 정도를 만나고 크리스 마스 다음날 헤어졌다.
덧글 : 너무 길고 진부한 이야기라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여기서 끊을께요.
반응 안좋으면 여기서 중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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