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수요일 이른 아침..
숙면을 취하고 널부러져 있다가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에서 이상한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당시 통증 때문에 깬 것인지 아니면 일어난 후 통증이 생긴 것인지
구분이 되지는 않습니다.
살면서 겪은 다양한 통증의 위치들 중 매우 생소한 부위이기에
저는 짱구를 굴렸습니다.
1. 엎드려 자서 어딘가 옆구리를 눌렀다.
2. 옆구리가 쥐가 났다.
3. 맹장에 문제가 생겼다.
대강 이 정도의 리스트만이 머릿 속에 떠올랐고
일단 옆구리를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잠시 지켜보기로 합니다.
이 때까지는 통증이 심하지 않았기에
'오늘 드디어 내 맹장을 떼는 역사적인 날인가!' 라는 중2병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다시 침대에 누워서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나아지질 않습니다.
통증은 마치 파동과 같이 약한 통증이 강해졌다가 다시 약해졌다가를 반복합니다.
혹시나 싶어 화장실배인데 오늘은 통증이 약간 옆(?)에서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는 순간
헉.... 거의 숨을 쉬기가 힘들만큼 엄청난 통증이 옆구리에 몰려옵니다.
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살면서 수술이나 입원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크게 아파본 적도 없지만
약 10초간의 고민 끝에 결국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옆....옆구리가 너...무 아...파요...."
지갑과 핸드폰만 후다닥 챙기고 얼른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119대원이 보이고 응급차가 도착해 있더군요.
가까스로 타서 응급차에 앉아 지역 병원 응급실로 이송이 시작되었는데
이 때 지금까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이젠 허리를 펴지 못 할 정도로 몸을 구부린 채 옆구리만 부여잡고
숨소리가 거칠어졌습니다.
119대원이 이런 저런 걸 물어보는데 대답을 하다보니
순간적으로 머릿 속이 번뜩이며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
"요로결석인가....?"
왜냐하면 아버지께서 요로결석을 겪은 경험이 있으셨고
심지어 사촌형도 겪은 적이 있으며
유전성이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는 아버지의 경험담과는 약간 생소하였으나
옆구리를 중심으로 통증이 등쪽 전체로 퍼져나가자
이런 기억이 문득 났던 겁니다.
결국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전혀 움직일 수가 없어서 눕힌채로 실려서
침대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소변 검사, 혈액 검사..
검사 결과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금방 나왔습니다.
의사 왈 : 소변에 혈액이 검출된 것과 증상으로 보건데 요로결석인 듯 싶습니다.
일단 진통제 맞고 좀 나아지면
CT찍으러 갑시다.
진통제를 맞아도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30분 정도 염라대왕과 사투를 벌인 후 좀 나아지자
조영제를 맞고 CT를 찍었습니다.
다행이 신장에 더 이상 남은 돌은 없고
2~3mm정도 되는 돌이 요관 상부에 걸쳐 있더군요.
어차피 딱히 수술이나 그런 게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
자연배출 될 건데 문제는 이런 미친 통증이
돌이 요관에서 움직일 때 몇 번이고 또 올거라는 거...
헌데 여기가 워낙 시골 지역이라..
의사 왈 : 진통제 처방은 해줄 건데.. 아마 이걸로는 통증 안 잡힐 꺼에요.
아프면 그냥 병원 다시 오는 수 밖에...
결국 당일 일정을 빼고 근처의 시까지 1시간 반을 차를 몰고 갔습니다.
비뇨기과에 가서 상담..
아버지께서는 쇄석기를 맞으면 직빵이라고 추천하시더군요.
크기가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효과가 1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맞겠다는 심정이 있었습니다.
X-레이를 찍자
의사 왈 : 이미 조영제가 걸려 있어서 별다른 촬영은 필요 없겠네요. 쇄석실로 가시죠.
쇄석기라는 걸 처음 봤습니다.
거대하고 MRI 기계처럼 생겼는데 뭐라 설명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무튼.. 누웠습니다.
쇄석기라는 것은 40~50분 정도 진행되며
비용은 30만원 가량 합니다.
아플 수도 있기에 진통제 링거를 꽂은 채로 맞습니다.
느낌은 등 뒤에 철판을 하나 갖다 대고, 그 철판을 망치로 두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40분 정도 실시했는데
실시간으로 돌을 추적하면서 때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꾸 제 몸의 위치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때리는 위치를 바꾸는데
기가 막히게 엄청나게 아픈 곳만 때립니다.
최대한 무념무상으로 버텨낸 후..
소변을 봅니다.
피오줌이 엄청나게 나옵니다.
혈액이 많이 나올 수록 쇄석기 효과가 좋은 거라고 합니다.
돌을 제대로 때려서 요관에 스크래치가 많이 난 거라서요 -_-..
그리고 진료비 계산을 하려고 의자에 앉았는데
헉.... 통증이 또 시작되었습니다.
덜덜 떨며 여친님께 얼른 약 처방전을 받아 약을 가져오게 하였고
약 구성은 요로결석보조제 + 진통제 + 초강력진통제
이런 식입니다.
초강력진통제는 일단 진통제를 먹고 20분 후 그래도 아프면 먹으라고 주는 겁니다.
이 때는 이미 통증이 너무 엄청난지라 셋 다 털어 넣었습니다.
참고로 약발은 30분 정도 후부터 오기 때문에
병원 소파에 누워서 끙끙 앓다가 어느새 잠들어서 1시간 후에 깨어났습니다.
그렇게 수요일이 지나갑니다.
목요일은 그럭저럭 괜찮게 지나가는 듯 했다가
저녁밥을 좀 늦게 먹었는데 덕분에 저녁 진통제 약 시간도 늦어졌는데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약+약을 먹고 뒹굴뒹굴 구르다가 1시간이 지나자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11시쯤 잠이 들었....는데
금요일 새벽 2시 경
갑작스레 잠이 깼습니다.
동시에 오는 엄청난 통증.
보통 진통제의 경우 효과가 12시간은 가는 것 같았는데
이미 먹은지 수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런 통증이라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있는 통증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깨달았습니다.
결국 대형병원 응급실로 직행...
이번 통증은 역대급이었습니다.
응급실에 들어가면서 '요로결석이요....' 이야기를 하자
빠른 조치가 취해졌는데
진통제를 맞고 차도가 없자
2단계 진통제를,
역시 차도가 없자 3단계 진통제를...
그리고 4단계 진통제까지 올라갔습니다.
얼추 혼미한 기억 속에 이제도 안 통하면 ???를 투여하자 라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마약성 진통제인 듯 싶었습니다.
그렇게 새벽2시부터 오전 9시까지 진통제 수액을 2통 맞았습니다.
그 후로 토요일, 현재까지는 다행이도 아직까진 통증이 없네요.
어제 저녁부턴 진통제도 일부러 안 먹고 있습니다.
진통제때문에 통증이 없는지 나아서 없는지를 몰라서요.
제가 갑작스레 요로결석이 온 원인을 자가진단해 봤습니다.
가장 높은 확률인 것은
최근 시작한 헬스, 그리고 단백질보충제의 섭취인 듯 싶습니다.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헬스를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174cm에 65kg을 유지했고 요즘 살이 쪄서 68까지 올라갔으나
최근 난생 처음 시작한 헬스 및 닭가슴살 식이로 65까지 내렸습니다.
그리고 단백질 보충제를 먹기 시작한지 2주만에 요로결석이 왔습니다.
참고로 전 평소 수분 섭취를 거의 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하루 물 두 잔도 안 마십니다.
물이 보약인 것은 당연히 알지만 왜인지 먹어지질 않아서
탄산수에 감식초 타서 그나마 먹는 물의 양을 높이는 중이었습니다.
결석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칼슘이 원인인 경우도, 고단백질이 원인인 경우도 있더군요.
물론 둘 다 소변이 너무 농축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기에
결국은 수분섭취 부족이 근원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여튼.. 그렇게 4일이 지나 현재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제부터는 통증은 없는데 희안하게도
신장이 뻐근(?)한 느낌이 납니다.
이게.. 이 말 말고는 딱히 더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질 않네요.
요로결석의 고통은 출산의 고통 그 이상이거나 그에 맞먹는다고 합니다.
겪어보니 알겠더군요.
그냥 칼이 있으면 옆구리를 떼어내고 싶은 정도입니다.
결론은... 물 잘 마십시다. 많이 마십시다.
하루 2~3L 꼭 마십시다. 수분섭취 일기라도 쓰면서 마십시다....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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