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규모로 확대되는 시국회의 “특별재판부 설치 위해 국회 압박해야”

양승태 사법농단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처리할 국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전국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15일 사법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전국 규모로 활동 영역을 넓혀 국회를 압박하기로 했다.

시국회의는 이날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네 번째 회의에서 채택한 '전국시국회의 공동 결의문'을 통해 "스스로 '3권 분립'을 부정하며 사법부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라며 "이런 치욕조차 사법 당국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어, 사법적폐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라고 강조했다.

시국회의는 "이런 상황에도 청와대는 '스스로 바로잡으라'는 말만 할 뿐, 아무런 대책 없이 이를 방치했다"라며 "우리 시국회의는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를 위한 특별법 통과가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 규모로 확대된 시국회의는 이날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역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날 시국회의에 모인 11인의 지역대표들은 사법농단에 대한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씨는 "여러분은 대구가 희한한 동네라고 생각하겠지만 많이 바뀌고 있다"라며 사법농단 집회 당시의 일을 언급했다. 백 씨는 "법원 앞에서 지나가는 대구 시민들이 격려를 많이 했다"라며 "시민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이가~', '나도 재판 농단 당했다' 등의 얘기를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강원도지역연대 이승재 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서명운동을 했는데 2천 명 넘게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처음에 시민들에게 양승태를 아십니까 하면 10명 중 2~3명은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언론에서 귀가 따갑게 양승태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니까 요즘에는 절반 이상이 '안다'라고 말한다"라며 "또 '안다'라고 답한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해주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적폐 판사'로 찍힌 박보영 판사에 향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남진보연대 민점기 대표도 "이제 촛불 들고 나오겠다고 하는 시민들도 있다"라며 "특이한 점은 언론의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양승태 구속 등의 기자회견은 방송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역주민들과 지역 언론 모두에게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1일~2일까지 전국의 성인 남녀 1천3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65.6%, '예우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24.9%로 나타난 바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해서 국회를 압박해야 하는 이유

현재 국회에는 양승태 대법원에 의해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받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이른바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양승태 사법농단을 해결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강한 데 비해 이를 해결할 핵심 '키'를 쥔 국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특별재판부 설치 법)을 통해 재판 거래를 한 법관들에게 다시금 재판을 받지 않도록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특별재판부 구성은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부터 재판까지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후보추천위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3인, 법원판사회의 추천 3인 등으로 구성해 최대한 공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국회가 특별재판부 문제에 시들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지난 10월 25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설치에 동의한다며 자유한국당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법원행정처의 '위헌 가능성'과 '셀프 개혁' 주장에 가세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용근 변호사는 이날 시국회의에 참석해 "특별재판부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부 등이 개별 재판의 사무분담 등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며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제정하여 사건 배당의 '예외'를 정하는 것이므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국회가 3권 분립의 원칙과 상호견제 원칙에 근거해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법부는 내놓은 '셀프 개혁안'도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 합의부 3개를 늘려 총 16개로 운영해,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사법농단 판사들에 의해 재판을 받지 않도록 배당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국회의는 "합의부를 16개로 늘린다고 해도 기존의 배당 절차대로 한다면 공정성 확보는 여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사법부는 재판관에게 사건을 배당할 때 무작위로 배당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판사가 재판에 개입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기피제도'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지 못한다며 재판관 교체를 요청하는 것이다. 또 '회피제도'는 재판관 본인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회피하는 것을 뜻한다"라면서도 "전국에 회피, 기피 신청이 5000건이 넘는데 받아들여진 것은 1%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국회는 소모적인 위헌론에 눈을 돌릴 게 아니라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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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전국민중대회 개최

시국회의는 특별재판부 도입을 위한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압박에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날 "지금이 특별재판부 설치법 통과에 골든타임"이라며 "이번 정기국회를 넘기면 어려워진다. 내년까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고, 사법부의 셀프 개혁을 막을 수 없게 된다"라고 밝혔다.

주 정책위원장은 특히 "12월 초까지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라며 "자유한국당도 밉지만, 민주당을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대표들이 힘을 모아달라"라며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해달라. 민주당 지역 사무실에 공개서한도 보내고, 의원 면담도 하시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재판부를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14년도 세월호특별법 때도 국민 600만 명이 발의해달라고 서명을 했다. 그런데도 당시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힘이 없다',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라며 "(본질적으로는) 민주당이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의지를 갖고 함께 밀어붙여야 의석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동시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바른미래당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시국회의는 이날 논의한 내용을 종합해 전국 차원의 실천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시국회의는 5차 회의를 오는 17일 국민대회로 전국에서 동시에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은 19일을 사법농단 사건의 중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날은 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날로, 박 전 대법관이 구속된다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시국회의는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12월 1일에는 전국민중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회를 둘러싸고 특별재판부 설치법 통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1인 시위 등 적폐판사 국민탄핵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이상규 민중당 대표는 이날 "11월까지는 적폐판사 하나, 하나를 잡는 1인 시위를 하다가 12월이 되면 좀 더 발전시켜서 그림자 투쟁을 해볼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존경하는 재판장'이 아니라 '너는 쓰레기다'라고 말하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