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의 한 교수가 수업 도중 “세월호 참사에서 불교인은 살고 기독교인은 죽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대 측은 해당 교수를 해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공론화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은 잇따라 입장문을 발표하며 학교를 규탄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달 17일과 24일 ‘불교와 인간’ 수업에서 우모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세월호에 타고 있던 사람 중에서 불자는 모두 살았다”며 “교회 다니는 애들은 모여서 기도하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지난해 9월 동국대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 3월부터 겸임교수로 임용돼 수업을 맡았다. 그는 부산 중구의 한 사찰 주지로 알려졌다.

해당 수업 ‘불교와 인간’은 동국대 학부생이 졸업하려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공통교양과목이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동국대 측은 지난달 27일 우 교수를 해촉하고 해당 수업 담당 교수를 교체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교수 교체 이유를 우 교수의 개인 사정이라고 알렸다. 우 교수는 사과하지 않았다.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교학위원회 회의에서 학교 측은 총학생회에 “학교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종교 싸움으로 번질 수 있으니 외부에 알리는 것은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동국대 학생들은 잇따라 입장문을 내고 항의했다. 사범대학 학생회는 지난 6일 “상황을 그저 덮기만 하는 것이 동국대에서 추구하는 교육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회과학대학 학생회는 지난 7일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비극이며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지 못한 인재”라며 “해당 교수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문과대학 학생회도 지난 9일 “강단에서 비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과의 소통은 용인될 수 없다”며 “학교는 해당 교수가 다시는 교단에 설 수 없도록 영구히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교수는 필히 세월호 유가족과 동국대 학생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학교가 퇴행하는 모습이 망신스럽고 개탄스럽다”고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교는 우 교수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사안을 인식한 즉시 겸임교수직을 해촉했다”며 “향후 교수를 임용할 때 적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