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형의 부탁으로 형수님 잠실에 비래다드리고 왔는데요..

정말 장관이더군요.. 각종 음식부터 응원, 옷가지, 음식 등등!

주변에서 일단 들리는 외국어도 여러가지고.. 신선한 경험이었네요!!

1세대 아이돌 그룹 단독콘서트… 3040으로 훌쩍 자란 수만명 팬 추억 여행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늦었지만 이렇게 모이니 좋죠?"

13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무대에 등장한 H.O.T.에게 5만여 관중이 찢어질 듯한 함성을 쏟아냈다. 2001년 2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가진 지 17년 만. 리더 문희준이 "우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그해 5월 13일 해체했다. 성난 팬들이 SM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계란 세례를 퍼붓는 장면이 지상파 뉴스에 방영될 만큼 파장이 컸다.

90년대 중반 가요계를 평정했던 1세대 인기 아이돌 그룹 H.O.T.가 올해 초 재결합을 선언한 뒤 연 첫 단독 콘서트. 지난달 7일 이 공연 양일 티켓 8만여 석은 1분 만에 매진됐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밤새워 은행 앞에 줄 서서 티켓을 사던 90년대 시스템을 복원해 달라"는 청원의 목소리도 냈다.

13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7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가진 1세대 인기 아이돌 H.O.T. 공연 중간중간 중앙 대형 스크린 다섯 개에 왼쪽부터 이재원, 문희준, 강타, 장우혁, 토니안의 모습이 비쳤다. 데뷔 초부터 지켜오던 다섯 명의 대열 그대로였다. /솔트이노베이션

중·고생이던 팬들은 이제 30·40대 성인으로 훌쩍 자랐지만 '팬심'만큼은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이었다. H.O.T. 팬클럽을 상징하는 전설의 '흰색 우비'와 각종 응원 도구는 물론 머리 두건, 티셔츠 겹쳐 입기, 허리띠 길게 늘어뜨린 통바지 등 90년대 유행 옷차림을 그대로 갖춰 왔다. 한 여성은 깁스한 다리를 끌며 본인은 물론 남편과 딸아이에게도 '클럽 H.O.T.'라 새겨진 흰색 우비를 입힌 채 객석을 찾는 투혼을 발휘했다. 오전부터 공연장 입구에서는 팬들끼리 멤버별 캐릭터 부채, 사진첩 등을 교환했다. H.O.T. 히트곡을 틀어놓고 춤을 따라 추는 즉흥 공연도 펼쳐졌다. H.O.T.는 중국에 진출한 1세대 아이돌인 만큼 중국인 팬도 많았다. 류멍(36)씨는 "중국 산둥성에서 기차와 비행기를 타고 하루 꼬박 걸려 왔다"고 했다.

90년대 H.O.T. 팬클럽의 상징이었던 흰색 우비를 입고 온 관객들. /크린랩희준 제공

오후 7시 13분쯤 무대에 오른 H.O.T.는 1996년 데뷔곡 '전사의 후예'의 울분에 가득 찬 랩으로 포문을 열었다. '아웃사이드 캐슬'에선 장애인 편견을 비판하는 수화 안무로, 문희준의 '아이야'에선 가위손 의상 등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옛 모습을 재현해 갔다. 각각 금발·청회색·분홍색으로 물들인 토니안·이재원·장우혁, 칼머리를 세운 강타와 문희준 등 모두 '냉동 인간'을 의심케 할 만큼 90년대 그대로였다. H.O.T.의 90년대 뮤직비디오와 현재 멤버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히트곡 '캔디'는 "스타일리스트가 소재까지 옛날 그대로 만들어줬다"는 멜빵털바지 의상을 입고 멤버들이 깜짝 등장했다. 장우혁은 털벙거지 모자를 쓴 채 망치춤을 추고 문희준은 기즈모 인형을 단 채 파워레이서춤을 추며 팬들을 추억 속으로 데려갔다.

팬들 역시 '안승부인' '칠현아 사랑해' '기다렸어 H.O.T.' 등의 손팻말을 흔들며 기억 속 떼창 응원을 칼같이 박자에 맞춰 소환해갔다. 멤버들이 70m가량 움직이는 이동식 무대를 타고 객석으로 바짝 다가가 '행복' '내가 필요할 때'를 부를 땐 펑펑 우는 팬들도 속출했다. '고! H.O.T.'는 오로지 팬들의 합창과 응원봉 불빛만으로 무대를 꾸렸다. 장관이었다.

늘 그랬듯 마지막 곡은 '빛'. 후렴구만 네 번을 반복하고서야 밤 10시 20분쯤 H.O.T.가 공연장을 떠났지만 팬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지키며 합창을 이어갔다. "다 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육아와 불안한 고용으로 힘들어하는 현재 3040세대는 H.O.T.를 우상처럼 따르며 열광했던 중·고 시절을 가장 좋았던 시절로 추억한다"며 "최근 복고 문화의 유행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했다.







[윤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