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의 제목은
입니다. 참고하세요.
오늘 법원에서 상담받은 후기를 결론만 말하자면 화해했습니다. 물론 아내가 바뀌겠다고는 안했지만, 아내 말로는 자신의 말을 잔소리쯤으로 생각하고 흘리랍니다. 제가 자신(아내)을 무시한 적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상담자도 아내에게 '철이없다'는 말을 해서인지 (여러번 나왔습니다) 조금 생각하는게 바뀐모양입니다. 무엇보다 상담자가 말하길, 자신이 중요하지 왜 자꾸 남의 인생을 살려고 하냐고 그랬습니다. 물론 저보고도 그렇게 유복하게 살아온 사람이 이해가 안가겠지만, 더 노력하라고 하더군요. 상담 직후에도 눈도 안마주치고 서로 뾰루퉁해 있었습니다. 신림동으로 같이 돌아와서, 같이 밥을 먹자하여 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 후 슈퍼에서 과일사다가, 아직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여 화해가 급전개되었습니다. 둘다 슈퍼에서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둘이 껴안고 울다가 고개를 드니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보더군요. 옆에서 육포 판촉하던 아주머니가 있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조용해서요. 그렇게 화해했습니다.
상담내용을 조금 언급하겠습니다.
서울 양재에 있는 가정법원 상담실에서 머리가 반백인 아주머니와 상담했습니다. 먼저 아내가 서운한점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어제 글에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아내는 분당 (성남이라고 하면 엄청 싫어함) 에서 살다가 지금은 친정이 인천 송도에 있습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유복하게 살았고, 처가 부모님께서 자식 기죽이지 않을려고 고생을 많이 하셨던것 같습니다. 상담사의 말로도 그런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 그렇게 될거라고 (고생이 뭔지 모르는) 하더군요.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런 분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상당사께서 자신의 딸도 외고 (이화외고)에 보냈다가 딸이 역겨움을 느껴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게 아니고요. 교육전문가들도 이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자식들을 어떤 학교에 보내는지를 보면 여러가지 복잡한 원인이 있는것이죠.
반면 저는 어릴때 울산에서 한달에 3번이나 이사를 다닌 적이 있을만큼 생활이 어려웠고, (7살 까지 계속 이사를 다녔으며, 몇가지는 기억합니다.) 제가 3살때 동생이 태어나고 그때나 되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부모님께서 그러셨습니다. 부모님 말마따나 저는 '알아서 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저에게 해주신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저를 사랑하셨고, 형편이 되는대로 뒷바라지 하셨던거죠. 제가 이렇게 살아오다보니 유복하게 자란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자랐던모양입니다.
살아온 환경이 달랐다기 보다는 환경을 대하는 방법이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초등 4학년 말에(그 당시에는 국민) 울산의 신정2동 (지금은 행정구역을 몰라서요) 으로 이사갔었고, 인접한 옥동 이라는 곳은 동에 (행정구역상) 전국에서 4번째로 학원이 많은 곳이라고 신문에 난적이 있을 정도로 잘사는 동네였으며, 학구열도 높은 곳이었습니다. 저의 집 형편이 좋아져서라기 보다는 그 당시 아버지께서 현대모비스에 근무하셔서 사택으로 그 곳에 갈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5학년이 되서 처음 학부모 회의가 있었을 때 입니다. 그 날 이후 반에서 친구들 (이라기 보다는 동급생) 이 저와 말을 섞지 않더군요. 딱 한명, 백XX 라는 친구가 자기 어머니가 학부모회의때 있었던 일 (제가 못사는 동네에서 이사왔으며, 아버지 직업은 노동자며, 어머니는 길에서 장사를 했다는 등...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_-) 을 말해주면서 저하고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저는 극도로 외롭지는 않았고, 저 또한 기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겁니다. 부모님도 어느정도 사정을 알고 계셨지만, 옆에서 저를 지켜보셨던 모양입니다.
위의 내용을 상담사에게 말했으며,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며 이렇게 성실한 사람에게 뭘 더 바라냐고 아내에게 그랬습니다. 아내도 결혼전에 고생이라는 것을 하게 될 줄 알았지만, 실제 겪는일은 너무 커서 자신이 생각했던거랑 너무 차이나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이 저와 아내의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자라온 환경이 달랐다기 보다는 환경을 어떻게 대처했는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있는 환경에 어떻게는 적응하고 이겨나갈려고 하는 반면, 아내의 경우 처가 부모님께서는 자식을 위해 뭐든지 아낌없이 다 해주셨고, 결과적으로 너무 곱게 자란 사람이 되버린 것이지요. 그래도 제 아내는 얼굴에 그늘이 있거나 ( 불우하거나, 다른 사람을 나쁘게 대하거나) 하는 문제는 없고, 심성이 착해서 저는 지금의 제 아내와 결혼하기로 했었습니다. 반면, 저는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어렵게 살아온 모습이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아내의 말로는 그런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만 생각하는 제가 너무나 미웠다고 합니다. 저는 반대로 그정도를 고생이라고 생각하는 아내가 못마땅 했던거죠.
다행히,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커서 화해했으며, 제가 지방에서 3개월 정도 일하고, 그 전에 회사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아파트 전세를 얻은 후 계속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꺼낸 말). 그때까지 친정에 눈치보면서 잘 버티겠다고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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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입니다. 어제 제가 쓴 글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으며, 인기게시판 1위에 올라간것을 보고 깜짝놀랐습니다. 다들 공감해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
두서없이 문법에도 안맞는 글을 썼는데, 자세히 잘 읽고 핵심을 찍어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튼, 젊은 부부가 싸우면, 우선 제 3자의 상담을 받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제외). 협의이혼 절차에 필요한 서류만 갖춰지면 바로 다음 날 법원에서 상담이 가능합니다 (광고아닙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게 된 아버지가 되었으며, 저는 늘 아내에게 말하길, 자식한테 다 해주지 말자 고 했습니다.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계속 그렇게 하면 아이는 언젠가는 어려움을 겪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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