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로 액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정범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
열혈남아는 2000년대 중반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설경구와 늑대의 유혹에서
사랑을 받았던 조한선 그리고 중견 배우 나문희가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재문은 자신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인 민재가 다른 조직원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을 하게 됩니다.
민재를 살해한 사람은 다름 아닌 상대 조직의 행동대장인 대식
재문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조직에 갓 들어온 치국을 앞세워
대식의 고향인 벌교로 향합니다.
대식의 엄마 점심은 벌교에서 국밥집을 하며 외국에 나간 둘째 아들과
건달 생활을 하며 소식이 뜸한 대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대식이 고향인 벌교에 나타날 것을 확신한 재문은 대식의 엄마인 점심의 가게를 드나들며
대식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그를 향한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대식이지만, 말은 쌀쌀맞지만 챙겨주는 점심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고
점심 역시 집 나갔다 돌아온 아들처럼 재문이 편하게만 느껴지는데...
벌교에 마을 주민을 위한 체육대회가 열리고, 벌교 출신인 대식이 벌교에 나타나게 됩니다.
민재의 복수를 위해 재문은 체육대회에 참가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대식에게 다가가는데...
아저씨, 우는 남자 등에서 멋진 액션을 선 보여였던 이정범 감독의 데뷔작인 열혈남아는
액션 영화감독의 이미지와 다르게 서정적이면서 이야기 중심으로 극을 풀어나갑니다.
복수를 감행해야 하는 대상의 부모에게 뭔가 모를 감정을 느끼는 냉혈한
거기에서 오는 내적 갈등을 다루고 있는 열혈남아는 무미건조한 느와르
영화적인 특성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조된 한국형 느와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류승룡, 윤제문, 심이영 등 연기를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무명 시절을 느낄 수 있는데
개봉 당시에는 몰랐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유명 배우가 된 배우들의 무명 시절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열혈남아 괜찮았던 점
지금은 흥행력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2000년대 중반 가장 흥행력이 있었던
설경구의 연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경구가 연기한 재문은 어린아이 앞에서도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는 인물인데 재문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마냥 설경구의 연기는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설경구가 나문희를 찾아가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재문이라는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모두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말은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하면서 자식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사는 나문희는
설경구에서 자신의 죽은 아들을 투영하고 있는데 애절한 모성애가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주된 무대가 되는 벌교 역시 무미건조함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떠나서 휑한 동네의 먼지만 쌓인 체육사와 다 무너져가는 국밥집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재문과도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이라는 색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느와르는 예상외로 괜찮습니다..
열혈남아의 아쉬웠던 점
조직생활에 찌들어 피도 눈물도 없는 재문과 다르게 어머니의 병원비로
어쩔 수 없이 건달이 되어야만 치국은 재문과 대비되는 인물이라 할 수 있어요.
결말에 치국 역시 어쩔 수 없이 조직의 명령을 따라서 재문에게 칼을 겨눴는데
자신의 좋아하던 재문에게 칼을 겨누면서 오는 내적 갈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요.
영화 내내 재문은 치국에게 정말 못되게 굴지만
재문에게 연민과 호감을 느끼는 부분이
영화에 담아내지를 못했어요.
(의외로 순박한 모습이 어울렸던 조한선이지만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아요.)
이뿐만 아니라, 재문이 그렇게도 따르고 좋아했던 민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요.
플래시백으로 재문과 민재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재문이 눈에 불을 켜고 민재를 살해한 대식을 쫓는다는 게 설명이 안돼요.
영화 엔딩 크레딧에는 재문과 대식의 어린 시절 배우가 캐스팅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편집 과정에서 삭제가 된 것 같은데 이런 드라마적인 구성이 부족함이 느껴졌어요.
영화 열혈남아는 한국의 대표적인 느와르 장르인 달콤한 인생이나 신세계처럼
세련미가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에요. 위에 언급한 두 작품이 세련된 음식이라면
열혈남아는 시장에서 파는 뜨근한 국밥처럼 투박하면서 촌스러움이 느껴져요.
투박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설경구와 나문희의 조합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열혈남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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