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까지 그를 4번 만날 수 있었다.
로우 예는 1965년생이다.
지금 중국 5세대, 6세대를 논박하는 것은 기실 무의미하다. 그들은 이미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그만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중국 영화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중국이라는 국가 사회 구성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고
그보다 더 난감한 것은 중국이라는 실체의 미래와 우리의 관계일 것이다.
오래 전에 그의 <수쥬>는 비디오로 만났었지만, 후속작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것이 유명세를 얻은 <수쥬>가 그다지 무감동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중국이라는 국가는 오래전부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전세계의 인민들에게 어두운 거부하고싶은 미래의 도착으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의 감독들 역시 이 점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들의 작품에서 이같은 전지구적 혹은 아시아적인 흐느낌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아 장 커의 산시성과 로우 예의 상하이(기이하게도 <상해전기>는 지아 장 커가 연출했다.)은 점점 고립되어보인다.
그들이
중국 내부를 소화해내기에 전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대의 소용돌이는 점점 더 그들을 낯설게한다.
1. 수쥬 蘇州河 (2000) : 더러운 강물, 카메라는 홀로 앞으로만 간다.
히치콕의 <현기증>이나 왕가위의 점프 컷과 본편의 관련성 및 영향 평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같은 시선은 결국 본편에 대한 읽기를 저해하거나 그저그런 후배의 모조품 혹은 유행 아류작으로 호명하기 마련이다.
그 이면에는 왜 로우 예 감독이 그같은 선배의 서사 얼개나 촬영 기술을 본편 안에 배정했는가에 대한 무관심이 도사린다.
가령, <현기증>의 동일한 남자 1인이 아닌 남자 2인, 점프 컷 외에도 오직 1인칭 카메라의 배정
그리고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적 소회 그리고 무엇보다 상하이라는 감독의 고향 영토에 대한 토로가 생략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오프닝의 카메라, 더러운 부유물이 떠있는 투명하다고 우길 수 없는 수쥬강.
카메라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철거 당하고 있는 건물을 본다. 나는 여기서 '당하고 있는'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거기에 분명히 인부들이 해머를 들고 건물 외관을 부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그들이 내리치는 그 건물의 외양이 부서지면 인부 역시도 추락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즉, 카메라는 인부가 아니라 건물이 주인공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슬쩍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에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무리하게도 사랑이 없다.
미리 수미쌍관을 말하자.
영화는 수쥬 강에서 시작해서 다시 그 곳에서 끝난다. 차이점은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오프닝에서 배 위에 탄 카메라는 수쥬강을 힘차게 가르고 나가는 배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지만,
엔딩에서 카메라는 힘없이 떨어뜨리는 듯 뒤로 젖혀지면서 배로 인해 생긴 물살을 보여준다.
여기서 차이점은 나아가고 있다는 증상의 중계 혹은 현존화의 유무로 구별된다.
나는 여기서 오프닝보다는 엔딩이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이제 당신에게 말해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차이점 때문이다.
사운드로서의 목소리의 지배. 거짓말과 참말의 간극.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다라는 말의 진실과 허위 아니 현실성.
여기에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영화가 놓여있다는 어떻할 것인가.
오프닝에서 본편의 두 인물, 메이메이와 비디오촬영 기사인 나는 영원히 사랑할 것인가라고 묻고 그래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엔딩에서 이제 홀로 남은 비디오 촬영기사인 나는 대화가 아닌 방백을 한다.
'영원한 것은 없고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겠다'고 내심은 진실과 현실 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다.
마치 본편이 사랑 이야기와 영화 만들기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본편이 비디오 촬영 기사인 나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곧바로 영화만들기에 대한 영화를 상정하게 한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초반부 자신의 삐삐 이동통신 연락처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뿌려 알린다.
마치 당신이 돈을 내면 나는 카메라를 들고 가겠다라는 독립 영화인의 심정이라도 인증하듯이.
이는
아시다시피, 영화가 그리고 감독이 영원히 해야할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사랑이라는 간접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영원히 찾아다닐거라는 오프닝의 답변은 절반의 진실,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하다.
이제 되돌아갈 수 없음에 대해서 말하자.
왜 영화는 단 한번도 플래쉬백적인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가.
분명 서사에는 현재와 과거와 대과거라는 시간적 흐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칭 비디오 촬영 기사의 카메라는 음성과 영상으로 뒤로 물러서기를 꺼린다.
이것을 신화로서의 비극, 오래된 시간에 대한 인간의 조건으로 이해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겠다.
다르게 말하자. 왜 다시 만난 마다와 모우단, 두 남녀는 수쥬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는가.
그들은 아마도 보드카를 마시고 오토바이를 탄 채로 강물로 직진했을 것이다.
평범하게 말해서 다시 만난 두 남녀는 예전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사랑의 거처를 상하이에 마련하지 못하는가.
당신은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오프닝에서 봤다.
철거를 하는 인부 노동자들, 그들은 그들이 내리치는 망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건물 바닥이 무너질 때 피할 수 있을까.
수쥬 강을 가르는 배는 되돌아 가지 않고, 카메라 역시 결코 뒤돌아 보지 않는다.
아니, 이건 메이메이의 말처럼 "거짓말"이다. 엔딩에서 카메라는 떨어뜨려져 순간 뒤돌아본다. 아주 작게.
하지만, 결코 완전히 카메라를 뒤돌려서 뒤쳐진 수쥬강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는 1인칭 비디오촬영 기사의 얼굴이 단 한번도 노출되지 않아야하는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관객은 혹여 1인 비디오 촬영기사가 마다가 아닐까 혹은 주점의 사장이 아닐까 의심한다.
무언가 명증하게 주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선명성에 대한 욕망. 시선의 권력과 지배욕의 근저.
다른 질문, 메이메이가 인어 의상을 입고 유영하는 바의 수족관 속 물과 수쥬 강의 수질 중 어느 것이 더 탁한가.
뱃사람이 환상으로 봤을지 모를 인어는 왜 수쥬 강 안에서 첨벙거리지 않고 계단 위에서 꼬리만 찰랑거리는가.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비가역성에 대한 증언이라고 해야겠다.
다시는 사랑을 되돌릴 수 없고, 이제 감독의 고향이자 영화적 영토인 상하이의 수쥬 강은 감히 들어갈 수 없다.
그것들은 과거라는 지표 안에서 오염되었고 인간은 다시 그 곳으로 되돌아가볼 수 없다.
사랑은 떠났고, 그 상처들을 보듬고 새 삶을 재생하기에는 마다와 모우단은 모두 과거 속에 파묻혀있다.
그들이 오토바이와 보드카에 취해서 수쥬 강으로 추락하는 것에는 이같은 사유가 존재한다.
왜 같은 얼굴인가를 이제 해명해도 될까. 여배우 저우쉰은 1인 2역, 모우단과 메이메이를 모두 연기한다.
그녀(들)은 각각 마다와 비디오 촬영기사와 사랑을 하지만, 여기에는 모두 거짓말이 있다.
마다와 모우단은 납치 협박이라는 범죄적 관계가 은폐되어있고, 메이메이와 나 사이에는 보여지지 않는 현실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연애에 대한 조바심, 너를 사랑하는 나라는 존재에 불안함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얼굴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모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고 모습이고 태도이면 충분하다.
차라리 왜 그녀들이 인어이어야 하는가를 묻자. 여기에는 적어도 히치콕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인어공주가 아닌 인어, 그녀(들)은 그러므로 적어도 거품방울이 되어 바다 속으로 사라질 필요가 없다.
물론, 여기는 바다가 아니고 술집 수족관이고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상하이의 수쥬 강이다.
오프닝에서 1인칭 나-비디오촬영기사는 가치 있는, 쓰레기같은 이야기의 한 세기라고 했다.
그리고 메이메이가 인어 공연을 하는 주점의 상호에는 世紀라는 한자가 보인다.
형용 모순으로 보이는 이 세기라는 명칭에는 시간이, 거스를 수 없는 명령이 도사린다.
하지만, 우리는 혹은 1인칭의 나는 그 시간 안에서 다음 이야기를 그리고 지금을 기록해야한다.
본편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발코니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숨죽이며 기다려야한다.
마치 지금 내 삶이 정지되는 것 같다라고 마지막이라고 느끼면서 말이다.
이것이 그녀가 반인반어인 인어가 되어야할 이유,
본편이 영화만들기에 대한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수쥬 강이 더러운 물에 오염되었음에도 그 위를 배를 타고 가야할 이유.
1인칭 비디오 촬영기사인 나가 영화의 종결까지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이유.
말하자면 다소 감상적인 결론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면서 찾아다니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같은 의미에서 사람이면서 신화이고 싶어한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으면서 영원할 것처럼 타오르는 이유.
영화 속 모우단과 마다가 젊은 청춘이어야하는 마지막 이유이기도 하다.
1인칭의 나가 비록 엔딩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렸다고 하더라도
그의 음성은 떨리듯이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라고 다짐했음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이것은 가장 오래된 시간과 인간과 사랑에 대한 신파적 낭만의 서사다.
<수쥬>는 삶의 보석같은 혹은 가혹한 배신 앞에서도 사랑을 기다리는 낡은 이야기이자
나-우리가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카메라를 들고 가야만하는 오랜 다짐의 목소리다.
2. 자호접 紫蝴蝶 (2003) : 사랑은 살아남지 못한다.
영화는 세 번 끝난다.
103분이 지나서 한번 그리고 어쩌면 당신은 불필요한 자료화면이라고 간주할 엔딩의 5분 전에 한번.
다르게 말하자면, 영화는 한번도 끝나지 않는다.
할리우드 고전 스타일에서의 일반적인 플래쉬백이 아닌 어떤 영화적 각주도 표시되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만 진행되는 필름 위에 놓인 두 쌍 아니 정확히 세 쌍의 연인은 거기 영원히 순환한다.
그리고 영화는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로우 예는 그의 세번째 영화에서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중국 지하전영이 아니라는 듯한 선언을 한다.
스파이 장르라는 공식 안에서 자신의 인장을 그대로 박아넣으려는 강인한 의지는
거대 제작사들의 합작이라는 막대한 자본과 결합했음에도 오히려 초라한 나비의 날개짓처럼 팔랑거릴 뿐이다.
<자호접>은 그 해 56회 깐느 경쟁에 올랐지만, 아마도 거의 무시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정이 밀려든다.
그 해 깐느에는 <엘리펀트>, <도그빌>, <미스틱 리버>, <우작> 등이 있었다.
굳이 후작인 이안의 <색, 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스파이 멜로물의 본질은
두 남녀가 시대의 소용돌이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사랑을 인정하는가라는 양상에 달려있다.
<색,계>는 이 지점에서 거침없이 배우라는 역할 그 자체의 본연을 스파이와 접목시키는 선택을 했다.
그것이 성공적이었는가는 끊임없이 자기 내부와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 인물을 관찰하는
이안의 세계에 대한 관객의 찬반에 따라 갈릴 것이다. 마치 <브로크백 마운틴>, <헐크>,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말이다.
로우 예는 본편에서 여전히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로우 예의 사랑은 붕괴되는 그 순간의 신화성으로 몰두한다.
전작 <수쥬>에서 인어는 현실로 들어와서 자신의 신화성 자체를 목격하고 거품처럼 현실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이 모든 신화성에 대응하는 로우 예의 방식은 기다림, 그리고 다른 이야기라는 순환이라는 것에 있다.
이같은 의미에서 전술한 바처럼 본편이 첫번째 엔딩, 즉 영화가 시작된 지 103분에 끝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의 스파이 멜로 장르물로서의 무의미한 닫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티장에서 두 남녀의 마지막 춤, 서로를 안고 바라보는 눈빛,
관객으로 하여금 누가 누구를 찌르고 상처 입었는가를 숨죽이며 기다리게 하는 시퀀스는 매혹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스파이 멜로 장르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그저 한 순간의 환희에 불과할 뿐이다.
로우 예가 관습으로 저항없이 합입되기를 거부하기를 기대한 당신에게서 103분의 서사는 지루하다.
그리고 로우 예는 이제야말로 영화의 시작이라고 선언하면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남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영화는 너무나도 많은 클로즈업을 남발하고 그것이 붕괴하는 세계 안에서 사랑을 하려는 인간의 초상임을 강조한다.
주인공 신시아 (장쯔이 역)는 물론 세 남녀는 담배와 권총과 어두운 그림자 안에서 '이미' 불안해한다.
심지어는 그들이 아직 비극으로 들어서기 전의 시간, 아직 일본이 중국을 침공하기 전인 1920년대말에도
그들은 짙은 먼지와 안개, 매연 속에서 겨우 서로를 알아보거나, 쏟아지는 비 속을 뛰어가야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일본인 이타미(나카무라 토오루 역)와 신시아 (장쯔이 역)가 노동자 신분이었을 때
일본인 세토(류예 역)이 이링(이빙빙 역)을 만났을 때 그녀는 전화교환수로 열심히 일한다.
여기에는 어떤 시간이 불필요하고, 다만 순박한 연인들의 시간만이 놓여있을 뿐이다.
문제는 로우 예의 관심이 이같은 낭만적인 시간의 붕괴라는 천박한 묘사에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전작에서 로우 예는 연인들의 최후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조차 근심하면서 생략했지만,
본편은 의외로 이링의 죽음을 선뜻 보여주고 세토의 좌절을 장르적으로 흘러가게 내버려둔다.
이른바 붕괴되는 시간 속에 놓인 셋 혹은 넷 , 다섯일수도 있는 세 남녀의 선택이라는 광고카피에 어울릴 서사보다
로우 예의 내심은 그들의 사랑이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다시금 강조하면서도 전술했듯 플래쉬백이 아닌
직진으로서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그들을 영원히 시간 속에 가두어놓기를 바라는 쪽에 있음은 간단히 눈치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두번째 엔딩. 다시 말하자면, 의외의 반전에 관객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신시아 (장쯔이 역)가 일본인 이타미(나카무라 토오루 역)가 암살 작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이전
이미 그녀는 같은 조직원 내의 리더와 연인 관계임을 보이는 급격한 시퀀스의 대과거적 배치를 지적하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다른 두 커플 남녀와는 달리 이미 시대 안으로 들어와 있고 그들이 노동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해서
영화 속에서 거의 유일한 성적 관계를 전시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벌써 운명 아래 소멸될 것임을 암시한다.
적어도 103분의 1차 엔딩 이후에 갑자기 편집된 리더 남성의 어두운 방에서의 클로즈업된 얼굴은 그것의 기호 자체가 된다.
이것은 지금 당신이 끝까지 궁금해하는 것 자체를 무화시켜도 좋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상처입혔는가라는 장르의 양상이 아니라 로우 예가 그들의 사랑을 무한순환시키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 사랑에 시대가 안겼을 뿐이고, 시대는 결코 카메라를 이겨내지 못한다고 해도 될 듯 하다.
하나의 사랑이 다른 사랑에 의해 죽고, 그 사랑은 다시 복수를 받는다고 생각한 순간,
예기치못한 사랑이 자결의 시간 앞에서 흐릿한 자동차 앞유리창에서 자신의 운명을 본다.
나로서는 에필로그 혹은 자료영상으로서의 일본의 상하이 침공과 난징 대학살 시퀀스가 어색했다.
로우 예의 상하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1930년대의 참극을 조용히 위로하려는 본편의 멜로는
설사 그것이 죽음과 배신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나름 사랑의 이치로 중국과 일본 양자를 모두 껴안으려한다.
애석하게도 그 시도가 장르의 관습 하에서 이탈의 쾌감과 예술의 각인을 주기보다는
로우 예의 다른 사랑 이야기에 대한 집착으로 경도되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는 불가능해보인다.
우리는 아마도 로우 예의 또다른 상하이의 연가를 만나게될 지 모르고
그 사랑에는 또다시 죽음의 추락과 격발이 기다리고 있을테지만,
본편의 절반이 의지한 장르에의 나태한 편입과 멸균처리된 반전의 사랑은 결국 관객의 시간 앞에서 중지되어버린다.
이제 로우 예, 당신의 사랑이 살 수 있는가를 질문할 시간이다.
<자호접>은 아무리 팔랑거려도 쇠사슬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줏빛 나비의 불같은 운명의 시대 동화 번역극이며
다시금 당신의 사랑은 진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로부터 죽음을 분리하지 않는 스파이 애도곡이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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