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반말체로 작성함에 있어 양해를 구합니다.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였다.
원래 대선 전을 노리고 만든 영화였으나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대선과 거의 동시에 개봉한 영화.
좋은 배우들에 끌리는 소재에 최근의 사회 분위기.
그런데 딱 거기까지.
최민식의 연기는 훌륭하다. 다만 신세계나 범죄와의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따지면 범죄와의전쟁에 가깝고, 거기에 신세계처럼의 무거움을 조금 더 했다.
곽도원의 연기도 훌륭하다. 역시 범죄와의전쟁에 조금 느물거림을 더했을뿐.
그러나 너무나 어울린다는게 함정이긴하다.
심은경은 영화에서 붕 떠있다.
등장 자체는 일종의 젊은 천재형 광고라이터인듯 하나, 영화 내내 딱히 하는 일은 없다.
광고 몇 편 만들고, 잠깐 이용당하고, 더러운 현실을 알고 절망하고 끝난다.
솔직히 말해 없어도 될 배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없었어도 정치판의 더러움, 선거판의 난잡함, 네편내편없는 사회상. 모두 나타낼 수 있었기에.
영화 자체는 130분의 러닝타임이란 생각이 들지 않게 정신없이 흘러간다.
최근의 웹소설을 보는 것 같다. 쉴새없이 사건이 터지고 터지고 터진다.
그리고 터진 사건은 수습되면 그냥 그대로 지나가버린다. 이게 말이 되나?
10여년전 일도 또 꺼내고 또 꺼내는 세상인데 영화 속 세상은 수습되면 정리되고 끝난다.
어떻게보면 헤븐 서울이다.
상대당 후보로 나오는 라미란 진영은 더더욱 어설프기 짝이 없다.
개그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라미란 진영은 거의 개그 수준의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착오적인 판단을 연타한다.
아들 스티브를 굳이 불렀다가 화를 자초하는 부분들은 실소를 자아낸다.
최민식의 가족사도 어설프고 이상하다. 부인과 딸의 분노와 절규가 와닿지 않는다.
이 역시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고 말기 때문이리라.
영화에서 유일하게 열일한다고 생각이 든 배역은 곽도원이다.
이중간첩처럼 이리슬쩍 저리슬쩍 줄타기를 하면서 비열한 이미지를 잘 살린다.
그런데 영화에서 퇴장이 너무 어처구니없고, 그 수습도 어이가 없다.
좋은 배우, 흥미있는 소재, 적절한 시운까지.
세 가지를 갖춘 영화인데 스토리 전개와 개연성은 안드로메다 깐따삐야로 보낸 것 같다.
오히려 댄싱퀸이 이런저런 면에서 더 재미있고 즐거웠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조조로 안 봐서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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