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자기보다 약한자를 잡아먹는다.
그것이 큰 권력이든 작은 권력이든 자기보다 약한자를 찾아내 결국 잡아먹는다.
이 영화의 정수는 거대한 권력과 작은권력을 끊임없이 번갈아 보여주며,
권력의 이러한 속성을 영화내에서 훌륭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영화는 초반부 부패한 시장인 바딤이 그의 집을 집어삼키려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권력에 대항하는 콜랴와 그의 친구 드미트리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 둘 간의 대립구조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진행시키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가정 내 작은 권력을 쥔 콜랴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리고 그의 지배 하에서 한숨을 내쉬는
작은 권력의 피해자 릴랴의 모습도 스쳐지나간다.
물론 콜랴의 폭압적인 모습이 영화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드미트리에게 하급자주제에 명령을 한다고 말하는 권위적인 모습, 릴랴에게 거칠게 말하는 장면등은 일종의 묘한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그의 권위주의적이고 다혈질적인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이 부부의 드러나지 않은 지난 삶에 대하여 유추해보게끔 한다.
콜랴는 거대한 권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권력을 쥔 가해자인 것이다.
그의 딜레마적 위치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초반부는 단지 뻔한 대립구조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작은권력과 큰권력이 빗어내는 비극의 복선이며, 둘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실마리이다.
큰권력의 피해자인 콜랴와 작은 권력의 피해자인 릴랴.
중반부 밝혀지는 드미트리와 릴랴의 불륜도 결국 그 원인을 따져보면 콜랴의 지배하에서
안식처를 찾고싶었던 릴랴의 유일한 해방구였던 셈이다.
콜랴가 그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정면으로 싸우려 했다면,
릴랴는 그 권력에 순응하며
자신만의 도피처를 찾았다.
콜랴를 돕는 드미트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권력의 약점을 잡아 물고늘어지려했다.
영화는 권력에 대항하는 세 사람의 각각 다른 양식을 보여준다.
결국 릴랴는 죽음을 택하고, 그녀의 파멸은 곧 콜랴의 파멸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 둘을 지켜봐온 안젤라와 파샤가
콜랴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거대 권력에 맞서는 개인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 영화들에서 살짝 빗겨난 그 미묘한 차이점이 이 작품을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리바이어던은 성서에서 말하는 여호와의 적 즉, 악마이다. 종종 고래의 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물론 여기서 악마란 그 사람 자체라기 보다는 그가 지닌 권력을 의미한다. 감독은 권력을 지닌 부패한 개인에게 열을 올려 비난하기 보다는 차가울정도로 객관화 시키며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포스터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고래의 황량한 뼈처럼 콜랴가 쥐었던 작은 권력은 거대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살덩이를
뜯어먹힌 채
맞이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으로 끝날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영화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큰 권력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비춘다.
성당을 빠져나가는 바딤을 비롯한 거대한 권력자들의 검은차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가슴 속에 깊게 자리잡은 권력이라는 이름의 악마다. 그 악마들에게 경종을 울리듯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은
콜랴가 그러했듯, 그들의 파멸은 언제나 그들이 짓밟아온 약자들에 의해서 서서히 시작될 것이라는 메세지리라.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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