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문쥬 3 - 엘리자의 내일

나는 이제까지 그를 5번 만날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문쥬는 1968년생이다.

2017년 108번째 영화

3. 엘리자의 내일 Bacalaureat (2016) : 오는 전화는 선하지 않고, 선한 전화는 오지 않는다.

2016년 깐느의 수상작들은 꽤나 근심어린 시선과 논쟁을 유발했었다. 그 중에 감독상을 수상한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퍼스널 쇼퍼>가 포함되는지는 논자에 따라 평가가 갈라지겠지만, 공동수상한 본편에 대해서는 특별한 소문이 없었다.

동시대 루마니아 영화 감독인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와 크리스티 푸이유가 오직 언어의 자장 안에서 인간의 진위를

탐문할 때, 크리스티안 문쥬는 기존에 발표한 3 편의 장편에서 두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21세기 이후 루마니아에 대해

진술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본편은 처음으로 젊은 여성들의 좌표에서 벗어나 중년남성의 자리로 옮겨간 첫 발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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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매끈한 모범답안을 대했을 때의 평점심은 이탈의 매혹이 결여된 본편에서 너무도 쉽게 증발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감상은 눅눅해졌고, 그저 작법의 기초에서만 되돌이표를 하게된다. 본편에서 당대의 루마니아 즉, 차우셰스쿠

이후의 약 30 여년의 상황을 가늠하는 것은 검색창을 이용하는 무지막지의 자세가 포함된다해도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여기에 지금 여기의 난망함의 적폐와 견주어 본편을 동일성의 흐름이나 성찰을 위한 자극유도제로 해제하는 것도 평이하다.

그저 본편이 제출하는 미학적 조각들이 그다지 화려하게 비상하지 못했음을 진술하는 편이 이 땅 관객의 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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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본편은 서사의 척추상으로 보자면 데뷔작 <내겐 너무 멋진 서쪽 나라 Occident>에 대한 15년 후의 응답에 가깝다.

위 작품에서 영화는 두 명의 젊은 여성들을 서쪽으로 보낸다.('보낸다'는 표현은 적확하지 않지만, 그렇게 책임형을 부가하고

싶었다.) 그 뒤에는 한 명의 남성이 남았고 찬란한 시대를 찬양하는 아이들의 합창이 프레임 밖에서 울려퍼졌다. 그 노래가

그녀들의 미래에 대한 확정인가 대해서는 ​예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본편의 엔딩이 데뷔작의 여성들에 대한 현재적 판단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대학입학 시험 ​  Bacalaureat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엔딩은 사진 촬영의 프레임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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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이에 대해 엘리자의 응답은 루마니아 중년 세대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일 것이다.

메시지 앞에 '희망,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관습적으로 삽입하지 않은 첫번째 이유는 엘리자 역을 맡은 배우가 루마니아 출신이

아니라 <하얀 리본>에 출연한 독일 배우라는 점에 있다. 무수한 유럽국가의 배우 중 왜 하필 독일 출신일까를 과문한다면

독일이 실질적으로 유럽 내 복지와 경제에 있어 가지는 위치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장하자면, 이미 엘리자는 독일에

가 있다는 출신을 내세운 전략이라면 어떻할 것인가? 그러므로, 엔딩의 졸업 사진을 마냥 신뢰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 된다.

​이와 관련 인물들의 직업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로메오의 내과 의사, 이바노프의 경찰 경위, 산드라의 교사, 아내 마그다의 사서

등은 이들이 사회를 유지시키는 직업군 중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응분의 역할을 해야하는 선명함이라는 측면에서 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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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아내 마그다에 주목한다면 그녀는 첫 출연시부터 병약한 육체를 선보이더니 후반부에는 도서관 사서직의 좌천성을

구술한다. 사서라는 직업 하에서 마그다는 도서관에 유폐된듯한 변혁 이론의 퇴장을 인격화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녀가 딸

엘리자의 대학 입학 시험 조작 관련하여 끊임없이 남편 로메오의 개입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열정적인 실천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이같은 그녀의 사서라는 직업과 직결된다. 마그다의 사서 직업과 관련하여 사실상 본편의 주역을 언급할 때가 되었다.

영화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들리는 '주체'는 전화벨 소리다. 그 중 대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불길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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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 소리가 극 전반에 일종의 리듬감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의 강박으로 관객과 로메오를 비롯한 인물들을

옥죄인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내화면 안에서의 이같은 청각 이미지의 억압성은 기존 사회심리극에서도 활용된 바 있는

어법이지만 본편에서는 로메오의 대면 대화와 더불어 서사 형식의 쌍두마차로서 극 전체의 불구성과 불안감을 전파한다.

흥미롭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전화벨 소리는 줄어들고, 이와 동반하여 마지막 방황의 끝에 찾아간 산드라의 식탁에는 촛불만이

놓여진다. 이는 갑자기 환해질 수는 없지만, 작은 온기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진동과 벨소리로 존재감을 확인받던

스마트폰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손에 들려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으면서도 사진 촬영용도의 카메라가 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수회에 걸친 로메오의 방황이 있고,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사건들이 종점까지 동반한다. 무엇보다 대학입학 시험인 바칼로레아

 Bacalaureat에서의 엘리자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관객은 엔딩에서 엘리자가 어떻게 시험을 쳤는지 알고있다.

강간을 당할뻔한 그녀에게는 타 학생에 비해 몇시간의 공정한 안배(?)가 배정됐고 이후의 조작에 엘리자는 가담하지 않았다.

아버지 로메오는 이제 엘리자의 내일을 위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 하지만, 여전히 감독이 데뷔작에서처럼

젊은 여성들을 서쪽으로 보내려는 염려가 삭제된 바는 아니다. 이전 두 편의 장편에서 죽음과 관련된 그녀들도 망각할 수 없다.

이 모순된 입장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산드라의 아들 마테이의 언어치료사를 찾았다는 언질과 교실 벽면의 화보에

편애를 가지게된다. 마테이는 결국 엄마 산드라의 학교를 다니면서 새로운 관계인 로메오 앞에서 가면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여기까지가 대학 입학 시험이라면 자가 자신의 전작들과의 상관 속에서 응답과 반복의 어법을 혼용한 본편에 대해 관객은

​영화 속 시험감독관이 그러했듯 몇 시간의 여유를 몇 년으로 환산해도 좋지 않을까. 이것이 모범담안에 대한 전형적 감상이다.  

<엘리자의 내일>은 당신에게 걸려오는 모든 전화에 대해 불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진단하는 범죄 미수극이며

여전히 어두운 밤 어느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며 통곡할 수 있어야하는 자격 여부를 묻고자 하는 대화와 방황의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