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두 주인공을 앙숙으로 만들어 서로 반목하는 내용으로 극적인 재미를 보여 줄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는 차분하고 쓸쓸하게 두 충신을 담아냈더군요.
오히려 서로에게 예를 갖추며, 때로는 옹호하기도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음을
훈훈하게 보여주기도 하고요.
두 주인공이라고 표현했는데, 정작 관람하다보니 인조나 칸, 서날쇠 등등 주조연 할 것 없이
골고루 비중을 나눠갖고 있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분야의 끝판왕이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아닌지)
중반부까지 다소 평면적으로 여겨지던 이야기가 칸의 등장 이후 묘한 흡입력을 지니게 되는듯하네요.
온건책을 펼치는 칸 덕분에 줄곧 밀려왔던 이조판서 최명길의 '치욕을 견디자(주화론)'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예조판서 김상헌과의 불꽃튀는 설전도 더욱 몰입됐습니다.
화가 나고 먹먹하더군요.
굳이 나의 조국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한 남자로서 갖고있는 승부욕까지 자극받다 보니
김상헌의 '싸워야 한다(척화론)'가 결코 비현실적인 주장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고요.
막바지에 연출되는 '살아남아 견뎌야 하는 치욕'까지 부채질해대며 괴롭혔지만
그럼에도 끝끝내 살아남아 울려대는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여운이 남는 엔딩. 참 좋았어요.
한 줄 감상 : 살아남은 자를 위한 진혼곡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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