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신세계>,<부당거래>,<악마를 보았다>의 박훈정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네요.
네이버 왓챠 등 평점도 왜 이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되구요. (주역들이 여자라고 푸쉬해주는 메갈 화력 분명히 존재할듯)
영화보다가 중간에 끄고 싶어지기는 진짜 오랜만이었습니다.
-먼저 장점을 꼽자면
1. 김다미, 고민시 등 신선한 재능의 발견
2. 후반부 액션씬
정도가 있겠네요. 근데 단점들이 너무 결정적이라 이 장점들까지도 덮어버립니다.
-비판할만한 지점들을 차례대로 나열해보자면
1. 직접 보여주지 않고 대사로만 처리되는 스토리 진행
영화는 "보여주는 예술"입니다. 근데 직접 보여주는 건 없고 과거의 이야기들, 주인공이 숨겨왔던 가장 중요한 반전까지도 전부 인물들이 주절주절 설명하는 걸로 드러나고 전달됩니다. 당연히 사건들을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극적효과가 적죠. 진짜 사건으로 느껴지질 않고, "아~ 그런가부다"하고 끝입니다. 몰입이 안 돼요.
후반부의 액션씬 역시도 이런 식으로 한시간 넘게 질질 끌다가 겨우 몇십분 나올 뿐이죠. 액션영화라기엔 액션 비중이 너무 적고, 스토리 영화라기엔 내러티브가 가진 힘이 너무 약합니다.
물론 대사만 가지고도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구성한 좋은 작품들 많이 있습니다. <맨 프럼 어스>라던지,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 같은 경우에도 방 안에서 인물들이 입만 터는 걸로 영화의 대부분이 진행되죠. (물론 헤이트풀8은 좀 더 시각적으로 사건들이 일어나긴 합니다만) 그런데 <마녀>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방식을 취한다고 해도, 질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앞으로 말할 단점 때문에요.
2. 존나게 오글거린다.
대사에 저절로 빠져들고 몰입되는, 앞에서 말한 영화들과 다르게 <마녀>의 대사는 듣고 있기가 고역입니다. 친구 명희 역의 고민시 배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별 이유도 없는 욕에 너무 과장된 행동들... 여기까지는 뭐 극성맞은 여학생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기차에서 만난 남자애(최우식)이 "안녕ㅡ 마녀 아가씨?" 할 때부터 소름이 돋더군요. 마치 투니버스 아동용 드라마에 나올 법한 "안녕, 꼬마 아가씨?" 대사를 들은 그 기분....
또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자윤과 박사가 대면하여 대화하는 씬에서 대사들, 전혀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아 몰입이 안되고 조민수 아줌마의 연기, 목소리 톤, 억양.... 도저히 못 봐주겠더군요. 상황과 전혀 매치가 안됩니다. -근데 이 아줌마 후속작에도 쌍둥이 역으로 또 나올 것처럼 영화가 끝나더라구요?
사실 <신세계>에서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사실 대사 자체는 유치했죠. 근데 그때는 명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거든요. 약간 오글거리는 정도는 간지로 쌈싸먹어 승화시켜 버릴 수 있는... 근데 <마녀>에서는 그 덕을 받지 못한 게 아주아주 큰 오점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설정 역시도 어딘가 일본 만화에서 본 듯한 진부한 설정입니다. 아이들을 데려다 초능력을 부여하는 실험을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과, 그 조직의 최종병기인 아이. 뭐 설정 자체는 좀 유치하고 진부해도 사실 괜찮습니다. 연출과 구성, 배우의 연기로 커버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 영화엔 그게 없다고 지금까지 구구절절 말씀 드렸죠?
3. 약한 캐릭터성
최우식 이하 초능력자 4인방이나 미스터 최 역시 결국 중반부까지 긴장감을 부여하는 기계적인 역할만을 담당했을 뿐 갈등 구조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제대로 된 주체적인 인물로서의 역할은 하나도 수행하지 못했죠.
또,
주인공 자윤이 너무 먼치킨으로 설정되어 버려서 후반부의 액션씬이 시원시원하긴 할지언정 긴장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스파이더맨이 너무 약하게 그려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오히려 그게 낫죠. 성장과정도 보여줄 수 있고 적당한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영화에서 몇 없는 장점인 액션씬도 그렇게 특출나진 않아요. 며칠 후 개봉할 <업그레이드>와 비슷한 느낌인데, <업그레이드>가 훨씬 낫습니다.(아직 미개봉이지만 부천 영화제에서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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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이 만화 스토리작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도 차라리 만화로 만들었으면 이정도 재앙은 아니었겠지 싶습니다. 근데 만화라고 해도 사실 굳이 찾아볼 정도로 좋은 작품일 거 같진 않아요. 훨씬 신선한 설정에 탄탄한 스토리 연출을 보여주는 만화들이 수없이 많거든요.
"오글거리는 것만 참으면 재밌다"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관객이 그걸 참아줘야할 이유가 없죠. 뭔가 참아야 한다는 거 자체가 일단 문제가 있다는 거잖아요.
영화 재밌게 보신 분들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전혀 오글거리게 안 느껴졌다면 재밌게 보셨을 수 있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결코 좋은 작품이라 할 수는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인플루언서)
이정윤 wtih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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