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에서 대문짝만한 송강호의 얼굴이 너무 좋아서 본 영화, 내부자들의 연출이 너무 좋아서 다시 찾은 그 영화 마약왕입니다.
전작과 비교해서 각 씬의 연출은 너무 좋습니다.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에 따라서 조명이랑 무대 장치들이 아주 훌륭하기 되어져 있어요. 특히 카메라를 아주 잘썻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두삼이 필로폰을 처음 만났을 때의 줌인과 김정아를 만났을 때의 줌인이 같은 리듬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 씬에서 송강호가 보여준 표정연기도 아주 인상깊은데 연출이 준 힘도 잘 받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송강호의 연기는 뭐 흠이 없지요. 인물의 심리변화까지 아주 훌륭해요. 단순하게 나락에 빠지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중간중간에 후회하며 삐끗하는 모습을 틈틈히 보여주는데요. 가장 인상깊엇던 것이, 이두삼이 바람피는 것이 걸려서 아내에게 크게 혼나고 밖에 나와서 궁시렁거리다가 차에 타는 장면인데요. 쿵쿵쿵 걸어가면서 차에 타러가는데 대문을 벗어나면서 차로 돌아가다가 스텝이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크지는 않지만 그 장면의 리듬을 좋게 만들어줬어요. 차에 타는 것 까지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인데, 그 장면을 기억하게끔 하는 리듬의 변화였지요.
연출과 주인공의 연기는 좋았어요. 그 둘은 모두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집중해서 구조가 짜여져 있어요. 부흥부터 파멸까지... 그걸 위해서 소비된 것이 너무 많아요.
특히 캐릭터. 배두나, 조정석 등 좋은 연기자와 사연많고 역할도 중요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이야기로 들어오고 나가는 방식이 철저하게 기능적이에요. 개인적으로 김정아가 엄청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네요. 너무 아쉬운 퇴장이었어요. 그냥 이두삼의 정치적 보디가드? 이두삼이 어떻게 정계에 그렇게 깊게 들어갔는지, 김정아의 백그라운드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보여줄법도 한데 그렇지도 못했어요. 덩달아 김정아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도 와닿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1부 2부로 나뉘어도 좋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두번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1부는 이두삼의 이야기, 2부는 김인구검사의 이야기 정도로요. 좋은 키포인트도 있는데요. 이두삼이 사촌동생 이두환을 통해서 검사에게 잡히고나서 김정아의 백그라운드로 풀려났을 때에 영화의 주인공을 김인구검사에게 넘겨도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 이후에는 이두삼이 하는일이 없죠. 파멸한 것을 그렇게 길게 보여줘야 할 이유도 없구요.
영화가 너무 송강호를 위한 영화가 되었어요. 중반 이후로 흥미도 잘 안생기구요. 메시지도 현실적이지 않구요. 메시지적으로 마약을 하면 안되겠다. 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정계에 대한 날카로운 칼날로 작용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보고나서 아쉬움이 더 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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