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급제 일단락될까..자급폰 유통 활성화로 가닥 잡은 정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이동통신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했던 '휴대전화 단말기 완전자급제(완전자급제)' 논의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완전자급제 법제화 대신 자급제 단말기(자급제폰) 유통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의 가닥을 잡았다. 자급제 법제화를 반대했던 중소 유통상인들은 반긴다. 사업자들은 속내가 제각각이다.

관건은 국회다. 관련 법안들도 이미 여러 개 올라와 있는 가운데 제도 도입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어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 자급제폰 유통 확대로 방향 가닥=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완전 자급제 법제화를 전제로 하진 않고 있다"며 "법제화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완전자급제를) 시행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기 제2차관도 "자급제폰을 늘려 유통채널 경쟁을 유도하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통신요금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 자급제를 도입하는 대신 자급제폰 유통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들이다.

완전자급제란 이통사 대리점에선 통신 서비스만,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맡도록 하는 것으로, 이통사 또는 제조사간 경쟁이 활성화되고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가 전제돼 있다.

대신 30년간 고착돼왔던 유통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 유통점들의 매출 감소 전망도 있다. 중소 유통 상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다.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규정한 나라도 아직 없다. 이 같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고려 사항이 정부의 완전자급제 관련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유 장관은 "선택약정할인 25%가 유지되고, 유통점 6만여 종사자들의 유통채널도 유지되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전 자급제완 다른 건데..", 속내 복잡한 시장= 정부의 대안은 자급제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 자급제폰이란 이통사 대리점에서 파는 통신사 전용 단말기가 제조사 유통점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공단말기를 말한다. 현재도 자급제폰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전체 휴대폰 중 일부 뿐이다. 자급제폰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사업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제조사가 공단말기 형태로 파는 자급제폰과 통신 서비스·단말기 유통 시장을 구분하자는 완전자급제는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통사를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 물량이 90%나 되는 현재의 시장 구조에서 단말기 제조사들간 가격 경쟁을 벌이기 쉽지 않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별도의 유통체계를 갖춰야 하는 완전자급제보단 부담이 덜할 수 있다. 국감 현장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정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자급제폰 유통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출고가가 2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등 단말기값 인상으로 통신비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며 "완전자급제 도입 후 실제 가격 인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사장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돼도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자급제 법제화에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대로 유통업계는 자급제폰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다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30일 예정됐던 완전자급제 도입 반대 집회"도 연기했다.

관건은 국회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성수·박홍근 의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완전자급제 도입을 전제로 제출한 '전기통신사업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아직도 상당수 의원들이 자급제 법제화에 공감을 표하고 있지만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국감에서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완전자급제 시행 시 재고용 대책은 현실적으로 아예 없다"며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