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로 엄청 까이고 있는 레스터시티 (캐러거 칼럼: 너무 화가 난다!)

레스터 구단이 멍청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네요.

레스터의 왕팬인 리네커조차도 '우리 구단이 이런 결정을.. 축구는 죽었어..' 라면서 울고 있을 정도로 (이 아저씨 진짜로 울었다고 함;)

지난 시즌 레스터 우승이라는 엽기에 가까운 사건에 흥분했던 팬들이 이번에는 그 반대쪽으로 흥분하고 있네요.

(레스터 팬들 여론은 반반인 듯 하지만, 일반 축구팬 및 미디어가 엄청난 화력을;;; 라니에리 개인의 인간적인 매력 탓도 큰 듯..)

덕택에 지금 선수들은 제가 감독님 등에 칼을 꼽지 않았어요~ 라며 SNS에서 변명하느라 바쁘고;;

태국 구단주는 비난 여론에다가 감독 잘라놓고 지 술 사는 데 수억 썼다는 폭로성 신상 터는 기사에까지 시달리고 있고... ㅎㅎ

미디어의 보도나 여타 축구팬들의 반응을 보면 구단이나 선수들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인데,

아마 구단은 반발이 이 정도일 줄 예상 못했을 겁니다. 레스터 구단이나 구단주가 근본이 좀;;; 그렇죠.

사실, 이전부터 레스터라는 구단에 비해 라니에리는 과분한 감독이다 싶긴 했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서는 감독 경질한 댓가로 성적 반등을 기대하기는커녕, 구단 자체가 아주 비난에 파묻혀버릴 기세;;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예로 제이미 캐러거의 칼럼를 가져옵니다.

제목: 레스터는 라니에리 동상을 세워야 한다... 나는 너무 화가 나고 선수들이 창피한 줄 알기를 바란다

먼저 몇가지 팩트부터 확인하자. 1992년 프리미어 리그가 시작한 이래로 레스터가 1부 리그에 참가했던 것은 25 시즌 가운데 11번이었다.

그리고 3차례나 강등 당했는데, 그 가운데 두번은 승격 이후 곧바로 폭풍 강등이었다. (1994/95, 2003/04) 그리고, 레스터가 1부 리그에 가장 오래 버텼던 기간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고작 6시즌이었다. 이 마지막 수치를 다른 구단과 비교해보면, 8시즌 연속 1부 리그에 머물렀던 위간이 레스터를 앞선다.

기간을 좀 더 넓혀서 프리미어 리그가 탄생하기 이전 25년을 살펴보자. 그 시절 레스터의 기록은 조금 더 낫다. 25년 중 14시즌을 1부 리그에 머물렀지만, 그 때도 4차례나 강등을 당했었다.

이게 레스터 시티이다. 그들은 요요 구단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요 구단 -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는 구단). 리그 우승 한번 했다고 그들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지난 시즌이 비정상이었다.

왜 지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를 경질하는가? 강등권에 있는 거의 모든 팀들이 감독을 바꾸기는 했다. 헐, 스완지, 수정궁 이런 팀들의 결정은 이해하는 편이다. 그러나 레스터의 결정은 너무 화가 난다.

무엇보다도 세비야에서 챔스 16강전 직후 구단주와 선수들간에 수뇌회담을 가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선수들에게 분노가 치민다. 수뇌회담! 누가 열었나? 누가 참석했나? 어디서? 언제? 상상하기도 힘든 업적을 거둔 감독을 두고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너무도 놀랍다.

12달 전 라니에리는 마법의 주문을 외워 기적을 시행했다. 그의 능력은 자신의 인생 시즌을 보낸 선수들과 결합됐고, 다른 상위권 팀들이 헤매는 틈을 타서 레스터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들은 강등을 면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사람들은 강등을 마치 죽음 보다 더한 저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구단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구단들은 곧바로 되살아난다. 레스터가 지난 18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과 파라슈트 머니(=강등 보조금)을 생각하면, 그들이 리즈나 블랙번의 길을 걸을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나에게 리버풀이 다음 시즌 27년 동안 못했던 리그 우승을 하고 그 다음 시즌에 강등하는 것과 2년 연속 4위권에 드는 것, 두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첫번째 옵션을 택할 것이다.

4위권에 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누가 기억이라도 하나? 지난 5월 우승 트로피가 전달되는 레스터 홈구장에 있었다. 선수들의 얼굴에서 환희를 봤다. 그 선수들이 걸어온 커리어를 생각하면서 존경심 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질투심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는 18년을 하루같이 저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했건만...TT 환호하는 그들을 보면서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 선수들은 남은 생애 동안 라니에리를 떠올리면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감정은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높은 순위을 거두는 데 익숙했던 것은 이 선수들이 아니라 감독이었다. 라니에리는 첼시, 로마, 유벤투스 등에서 2위를 했던 사람이다.

이제 현실이 되돌아왔다. 레스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트위터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웨스 모건과 로버트 후트가 다시 웨스 모건과 로버트 후트로 돌아왔을 뿐이야.' 지금 레스터의 상황을 완벽히 표현하는 말이다. 원래 그저 그런 레벨의 선수들이 잠깐동안 엄청난 일을 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라니에리가 선수들의 신뢰를 잃었단다. 마치 무리뉴가 2015년 우승하고 나서 첼시 선수단의 신뢰를 잃었던 것처럼 라니에리도 반전의 기회는 사라졌다. 2014년 우승한 마누엘 페예그리니도 그랬고, 만시니(2012)와 안첼로티(2010)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요즘 축구판의 현실이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감독의 마음에 들지를 걱정했지, 감독이 선수들의 평가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누가 감독이 되고 싶겠나? 나는 지난 4월 라니에리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그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감독이라고 말했었다. 그의 이전 팀이 파로 제도에게 패한 그리스였던 탓이었는지 그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왜 제대로 된 존중심을 보이지 않나? 좋다, 일부의 비판은 이해한다. 레스터는 지난 여름 60m 파운드를 썼고 (그러나 32.5m은 캉테 판 걸로 메꿔졌다) 일부 영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우승을 거머쥔 베스트 11을 영입하는데 고작 23m 밖에 안 들었다는 사실은 잊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증가될 TV 중계권 수입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의 투자 규모를 다른 관점에서 보자. 리버풀은 수백m을 쏟아부었만 1990년 이후 우승을 못하고 있다. 맨유도 2013년 우승 이후 350m을 쓰고도 아직 저 모양이다.

그런데도 라니에리를 잘랐다? 그들은 라니에리 동상부터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라니에리를 경질함으로써 레스터는 프리미어 리그 우승보다도 프리미어 리그에 살아남는 걸 더 중요시한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을 뿐이다.

2014년 나이젤 피어슨 감독이 이끄는 레스터가 승격했을 때, 팬들은 가능한 한 오래 1부 리그에 머물면서 약간의 이변을 일으키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것이 지난 50년 동안 25번 1부 리그에 참가했던 팀의 마음자세일 것이다.

한가지 더. 피어슨 감독 시절 레스터는 무려 111일 동안 리그 꼴찌를 달렸는데, 그 시절에는 선수들과 구단주의 수뇌회담 같은 것은 없었다. 왜? 그 성적이 그들이 예상했던 기대치였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변했는가? 명백하다. 선수들이 자신들이 톱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게 됐고, 선수들이 재계약으로 많은 돈을 받게 됐고, 또 일부는 가십성 매거진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됐다.

슬프게도 성공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레스터의 성공으로 변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은 아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뿐이었을 것이다. 내 전재산을 걸 수 있다.

세줄 요약:

1. 나도 못받은 우승 메달을 웨스 모건 같은 넘이 받다니...

2. 리버풀이 2연 연속 4위권 하는 것 보다 우승하고 강등당하는 걸 택하겠다.

3. 레스터 구단주와 선수들이 ㅂ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