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와 왼쪽 풀백

아래 맨유의 루크 쇼 얘기가 있길레 씁니다.

무리뉴가 맨유 갈 때부터 이 선수의 축구 인생은 꼬였다고 봤는데,

그 이유가 원래 무리뉴가 왼쪽 풀백에 대해 좀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고, 또 이해하기 힘든 짓도 자주 하고 해서 그렇습니다.

이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남쪽 리그에 가서는 안 그러던데, 유독 EPL에만 오면 그러더군요.

이걸 시기별로 보면.

1. 첼시 1기 시절.

2004년 첼시로 처음 부임하는데, 이전 라니에리가 만들었던 첼시의 백4는 대략 이랬습니다.

웨인 브리지......갈라스.......존 테리......글렌 존슨

20대 초중반의 꽤 어린 수비진이었는데, 무리뉴는 이전 소속팀에서 카르발료와 페레이라를 데려오더니만 이렇게 바꿉니다.

갈라스.......카르발료.......존 테리........페레이라

카르발료를 데려와서 존 테리가 아닌 갈라스를 밀어내더니만 (당시에는 갈라스에 대한 평가가 살짝 더 높았던 듯),

오른발잡이인 갈라스를 뜬금없이 왼쪽 풀백에 갖다 씁니다. 웨인 브리지는 처음엔 조금 써보고 윙으로 돌려보고 하더니 닥 벤치..

이건 두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일단 갈라스가 빡칩니다;;

당시 EPL에서 가장 빠른 수비수였던 갈라스는 이전에 자긴 센터백 하고 싶은데 왼쪽 풀백 시킨다고 해서 마르세이를 떠났던 선수거든요;

다음으로, 웨인 브리지가 오갈 데 없어졌지요.

사우쓰햄턴 출신인 웨인 브리지는 이전 시즌 첼시로 이적해서 챔스에서도 맹활약하는 등 이미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대표팀에서도 동년배인 아쉴리 콜과 주전을 다투던 선수가 졸지에 닥 벤치...

즉, 이미 여러모로 검증된 수준급 왼쪽 풀백은 팽하고, 센터백 하겠다는 선수를 굳이 왼쪽에 박아넣는 심뽀(?)를 발휘하심;;

그리하여 팽 당한 브리지는 결국 임대로 팀을 떠나고 (그리고 테리는 그의 빈 집을 찾아가는데;;;),

포지션이 마음에 안 드는 갈라스는 이적 불사를 외치며 개기기 시작하고...

그래, 무리뉴는 델 호르노인가 하는 스페인 선수를 사오지만, 수준 이하;; 몇번 쓰지도 않고 되돌려보내죠.

이 문제는 2년을 끌다가 결국 갈라스와 아쉴리 콜을 맞바꾸는 걸로 결판나죠. (그러면서 갈라스와 무리뉴는 서로 상욕 하면서 헤어짐;;;)

하여간, 왼쪽 풀백 자리에 멀쩡한 기존 자원을 버리고 수비능력만 좋은 오른발잡이를 고집한 덕에 여러 파장을 일으키심...

(사우쓰햄턴 시절 웨인 브리지)

2. 첼시 2기 시절

무리뉴가 첼시에 다시 간 게 2013년이죠. 그 이전까지 베니테즈가 쓰던 수비 라인업은 이랬습니다.

애쉴리 콜........케이힐(루이즈)........이바노비치........아즈필리쿠에타

나이 든 존 테리는 벤치에 앉히고 주로 케이힐, 루이즈, 이바노비치 등을 중앙수비수로 썼는데, 무리뉴가 복귀하면서 이렇게 바뀌지요.

아즈필리쿠에타.......케이힐..........존 테리...........이바노비치

콜이 나이가 든 건 이해하는데, 문제는 이미 벤치에 라이언 버트란드라는 멀쩡한 백업 유망주가 있었다는 거죠.

근데, 거들떠도 안 보고는 오른발잡이인 아즈필리쿠에타의 포지션을 옮겨버림.

버트란드는 이후 사우쓰햄튼으로 팔려서 거기서 맹활약. 리그 수준급 왼쪽 풀백으로 인정받고, 뻥글 대표 선수가 됨.

더 황당한 건... 나름 이름있는 왼쪽 풀백인 필리페 루이스를 사와서는 1년동안 벤치에서만 썩히고 다시 내보냄;;

(사우쓰햄턴의 라이언 버트란드)

결국, 1기, 2기 모두 똑같은 패턴이었죠.

인정받는 젊은 왼쪽 풀백이 있음 -> 팽~ -> 다른 포지션에서 잘 뛰고 있는 오른발잡이 수비수를 굳이 포지션 변경 -> 비싼 돈 주고 스페인에서 왼발잡이 왼쪽 풀백 사옴 -> 다시 팽~ -> 계속 오른발잡이 왼쪽 풀백을 씀;;

물론, 아쉴리 콜을 썼던 걸 보면, 무리뉴가 왼발잡이 왼쪽 풀백을 특별히 싫어하는 건 결코 아닌데,

무리뉴가 왼쪽 풀백에 대해서는 아주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더군요.

일대일 수비능력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대신에 오버래핑이니 크로스니 하는 공격쪽 능력은 전혀 안 봄;;

쉽게 말해서.. 공격은 왼쪽 윙 혼자면 충분한데, 풀백이 뭔 공격가담? 넌 수비나 해!

3. 맨유의 루크 쇼

공교롭게도 웨인 브리지, 라이언 버트란드에 이어 또 다시 사우쓰햄턴과 관련있는 왼쪽 풀백이네요.

그리고 보니, 소시적 사우쓰햄턴에서 왼쪽 풀백으로 뛰었던 가레쓰 베일도 레알에서 같이 뜀. ㅎㅎㅎ

과거의 경험을 보면, 확실히 무리뉴가 안 좋아하는 스타일 맞죠. 수비 보다는 공격쪽 능력이 좋은 풀백이니...

원래 첼시가 버트란드를 사우쓰햄턴으로 보낼 때 영입할 수 있었는데, 그 때도 무리뉴가 제꼈던 선수고요. (대신 필리페 루이스 사옴)

(사우쓰햄턴 시절 루크 쇼)

그래, 무리뉴가 있는 한, 맨유에서 큰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공격력에 비해 일대일 수비가 그렇게 좋은 선수는 아니죠. 일전에도 와트포드전에서 수비 좀 느슨하게 했다고 콕 찝어서 엄청 까이더만;;

무리뉴라는 감독이 왼쪽 풀백 자리에 공격을 위한 창을 숨겨놓기 보다는 수비를 위한 벽을 쌓아놓고 축구하는 걸 선호하는 데다가

그렇다고 어린 선수를 길게 보고 키워가며 쓰는 스타일도 아니니까요.

맨유 입장에서 문제는 다르미안, 블린트, 로호 등 같은 선수들도 무리뉴 눈에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거죠.

사이드에서 수비벽을 만들어주기에는 다들 운동능력이 좀 부족하더군요. (이런 부분에서는 사실 첼시 1기때 갈라스가 갑이었음)

결국 다음 이적시장에서 이 포지션의 정비 및 보강을 시도할 테고요, (그러나 과거 경험으로 보아 과연 잘 될지는?)

그게 성공하면 루크 쇼도 결국 팀을 옮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뭐, 그 이전에 무리뉴가 잘려서 다른 성향의 감독이 들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