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무리뉴 영입이 발표된 직후, 20년 맨유팬을 자처하는 친구놈과 이런 식의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 "니네 팀 이제 진짜 망했음. 한 2년만 지나면 반할은 애교였다는 말이 나올 거임"
친: "큰 기대는 없지만, 강등권까지 갔던 첼시 2기는 몰라도 1기에 한 거만 봐도 제대로 지원해주면 당장의 성적은 내줄 거임"
나: "니가 무리뉴의 첼시 1기를 제대로 모르는구나. ㅎㅎ"
이처럼 가만 보면, 무리뉴 신화의 근거 하나가 첼시 1기더군요. 과연?
간단한 통계 하나.
EPL 개인 승률 베스트 10. (리그 50경기 이상 출장)
1. 아리옌 로벤 (첼시) - 55승/67게임. 승률 83%
2. 파울로 페레이라 (첼시) - 102/141. 72%
3. 클라우데 마케렐레 (첼시) - 101/144. 71%
4. 네만자 비디치 (맨유) - 149/211. 71%
5. 마이클 발락 (첼시) - 74/105. 70%
6. 리카르도 카발료 (첼시) - 95/135. 70%
7. 하비 가르시아 (맨시티) - 37/53. 70%
8. 에두 (아스날) - 55/79. 70%
9. 패트리스 에브라 (맨유) - 186/279. 68%
10. 디디에 드록바 (첼시) - 172/254. 68%
출처.
https://www.besoccer.com/new/the-10-players-with-the-best-winning-percentage-in-the-history-of-the-premier-league
26년째를 맞이하는 EPL에서 50경기 이상 출장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개인 승률 순위입니다.
2004년부터 첼시에서 3시즌을 뛰었던 아르옌 로벤이 83%로 1위.
개인 승률만 놓고 보면, 로벤이 EPL 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수가 되나요? ㅎㅎㅎ
물론, 당시 첼시가 리그 최다 승점을 기록할 정도로 강팀이긴 했지만,
특이한 건 로벤은 당시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과도 10% 포인트 넘는 승률 차이를 보인다는 건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단순히 운빨은 아니라 당시 첼시에서 로벤이 그만큼 중요한 선수였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로벤의 첼시에서 마지막 시즌 기록을 볼까요.
|
2006-07 EPL |
로벤 출장시 |
로벤 비출장시 |
|
경기 수
승리
무
패배
평균 득점
평균 실점
승률
경기당 평균 승점
|
21
16
3
2
1.90
0.57
76%
2.43
|
17
8
8
1
1.41
0.71
47%
1.88
|
http://www.telegraph.co.uk/sport/football/2318602/Arjen-Robben-signs-for-Real-Madrid.html
어렸을 때부터 부상이 많던 선수라 그 시절에도 많은 경기에 빠졌는데, 로벤 있고 없고가 한 눈에 봐도 차이가 크죠.
로벤이 교체로도 못나온 경기에서는 8승 8무 1패. 1골 넣고 비기거나 이기는 고구마 축구;; 익숙한 모습이지요. ㅎㅎㅎ
즉, 무리뉴의 첼시 1기도 기본적으로 1-0을 지향하는 축구였어요.
단지 그때 선수빨이 엄청 좋았고 (축구 역사상 그때 첼시처럼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돈을 퍼부은 팀은 없음),
로벤 같이 감독 말 안 듣고 공격해서 성과를 거두는 재능있는 선수가 있어서 자세히 보기 이전에는 고구마 냄새가 잘 안 났을 뿐. ㅎㅎㅎ
흔한 말로, 무리뉴 때문에 (because) 성적이 좋았던 게 아니라 무리뉴에도 불구하고 (despite) 성적이 좋았던 케이스죠.
결론 - 로만 아브라모치의 돈빨(에 근거한 전임 감독의 선수발굴능력)을 무리뉴의 실력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여담.
1. 무리뉴와 계속 트러블이 있던 로벤은 2007-08 시즌이 시작 직전 레알로 도망가고, 역시나 첼시의 성적은 급전직하. 당시 무리뉴는 그 특유의 성격으로 인해 경기외적으로도 많은 갈등을 빚고 있던 처치라 곧바로 잘리고 말죠.
2. 저 시절까지만 해도 로벤은 폭발적인 드리블을 주무기로 하는 왼쪽 윙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옮겨서 매크로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듣는 건 레알 이후죠. 로벤 개인으로 보면, 첼시 시절이 전성기였던 거 같기도 하고.
3. 비슷한 시기에 호날두도 맨유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로벤과 비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죠. 로벤은 이미 10대 말에 신체적으로 거의 완성된 선수였어서. (오히려 호날두는 박지성이 맨유 이적하자 비교되곤 했었음. 요즘 라멜라처럼 퍼거슨 양아들 어쩌고 하다가 호날두 터지자 나니로 타겟이 바뀌더군요. ㅎㅎ)
4. 저 친구놈은 요즘 연락이 없는데, 이번 시즌 끝나면 꼭 시간내서 찾아가서라도 만나볼 예정임. ㅎㅎㅎ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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