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의 EPL 인사이드] 로만의 '10번째 남자' 콩테, 첼시 부활 이끌까?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대의 10번째 감독이 결정됐다. 바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안토니오 콩테 감독이다. 그는 유로 2016을 마친 뒤 첼시에 합류, 팀의 재건을 위해 힘쓰게 됐다.

첼시는 4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콩테 감독 선임 소식을 알렸다. 계약기간은 3년으로 2018/2019시즌까지 팀을 맡게 된 콩테 감독이다.

:: 포인트 1. 무리뉴 경질-히딩크 재등장-콩테 선임까지, 첼시의 급변하는 상황

올 시즌 첼시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참혹한 수준의 성적을 거둠으로서 팀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주제 무리뉴 감독을 내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사실상 첫 불명예 퇴진이었다. 또한 선수들과의 마찰 루머, 에바 카네이로 팀닥터와의 갈등 등 여러모로 구단에 혼란을 안기고 떠난 무리뉴 감독이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소방수’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이미 한 차례 임시 감독으로 첼시를 지휘한 바 있는 그는 성공적으로 혼란에 빠진 팀을 수습했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선수들을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았고 좀처럼 패하지 않는 팀으로 변모한 첼시다.

한 때 심하게 말해서 강등 위기까지 거론됐던 첼시는 10위까지 뛰어올랐다. 4위인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는 10점으로 산술적으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으로 뛰어오르는 것도 가능한 상황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첼시는 남은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하길 바랐다.

팀을 오랫동안 맡아줄 감독을 찾던 첼시는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고 있던 콩테 감독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 시즌의 세 감독이 영향을 미치게 된 상황에 빠진 첼시다. 하지만 콩테 감독의 성향과 경력, 그리고 이탈리아 감독들과 궁합이 괜찮았던 첼시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 포인트 2. 로만 시대 10번째 정식감독, 독이 든 성배 든 콩테

앞서 이야기했듯 콩테 감독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맡은 2003년 이후 10번째 정식 감독이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부터 무리뉴, 아브람 그랜트, 펠리페 스콜라리, 카를로 안첼로티,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로베르토 디 마테오, 라파엘 베니테스, 무리뉴(2)까지 13년 동안 수많은 감독들을 갈아치운 첼시다.

물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오기 전에도 첼시는 자주 감독을 갈아치우곤 했다. 5년 이상 팀을 맡았던 가장 최근 감독은 데이브 섹스턴 감독으로 1967년부터 1974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즉 장기 집권 체제가 어려워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는 곳이 첼시다.

그렇다고 부임했던 감독들이 능력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 한 가닥 하던 인물들이었다. 모두 각국, 유럽 무대, 국가대표 레벨에서 최고의 경험을 했던 자들로 단지 이들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기대에 못미쳤을 뿐이다. 따라서 콩테 감독이 첼시서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도 없다. 단지 오래 팀을 맡아주길 희망할 뿐.

:: 포인트 3. 선수-지도자로 모두 성공한 콩테, 그는 누구인가?

- 선수 커리어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고 있는 콩테는 1969년생으로 46세다. 그는 현역 시절 큰 키는 아니지만 중원에서의 성실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유벤투스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활약했고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에게 물려주기 전까지 주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레전드’다.

‘고향팀’ 레체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5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던 콩테는 1991년 당시 유벤투스 감독이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후 그는 유벤투스서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서 각각 1회 우승한 것을 비롯해 세리에A 5회 우승, 코파 이탈리아 1회 우승, 수페르코파 4회 우승 등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 대표팀서도 많은 경기를 뛴 것은 아니지만 1994 미국 월드컵, 유로 2000 등 굵직한 대회에서 뛰었고 유로 본선 터키전서 골 맛을 보기도 했다.

- 지도자 생활 이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콩테가 지도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5/2006시즌이었다. 그는 시에나서 루이지 데 카니오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끌었다. 그러다 2006년 세리에B에 있던 아레초로 부임하면서 정식 감독으로서 도전을 시작했다. 성적 부진으로 한 차례 경질 통보를 받았던 그는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부름을 받았다. 좋은 성적에도 팀의 강등을 피하지 못했던 그는 2007년 12월 바리로 자리를 옮겼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콩테는 바리의 강등권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시즌이었던 2008/2009시즌 팀의 세리에B 우승을 이끌며 1부리그인 세리에A 무대를 밟게 됐다. 하지만 그는 공석이었던 유벤투스 감독직에 연결되는 과정에서 바리와 상호 계약해지하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감독도 치로 페라라로 내정되면서 콩테도 아탈란타를 선택했다.

- 유벤투스로 돌아온 콩테 아탈란타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콩테는 팬들과 대립했고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결국 시에나로 복귀한 그는 팀을 세리에A로 재승격시키면서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그 결과 유벤투스도 더 이상 그를 외면하지 못했다. 콩테는 2011년 5월 루이지 델네리를 대신해 새로운 비안코네리의 감독이 됐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그는 물 만난 고기 같았다. 그는 부임 첫 시즌인 2011/2012시즌부터 3시즌 연속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고 컵 대회 우승도 2차례 곁들였다. 2005/2006시즌 이후 우승이 없던 유벤투스의 힘을 되찾게 한 장본인이 바로 콩테였다. 그는 첫 시즌 초반부터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있을 당시 세웠던 28경기 무패 기록과 동률을 이룰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잘 조직된 스리백 라인은 유벤투스의 상징과도 같았다.

콩테가 유벤투스서 성공할 수 있던 것은 감독 초기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경험 말고도 많았다. 콩테는 스리백 뿐만 아니라 포백 등 여러 전술을 도입하는 등 전술적 유연함을 갖고 있었고 선수 시절 여러 차례 우승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선수들에게 위닝-멘탈리티를 심어줬다. 그 결과 유벤투스는 이탈리아의 왕좌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가 있을 당시 유벤투스의 이적시장은 현명함 그 자체였다. AC 밀란서 퇴물 취급을 받았던 안드레아 피를로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것은 백미였다. 뿐만 아니라 아르투로 비달, 스테판 리히슈타이너, 폴 포그바(자유계약), 카를로스 테베스 등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현명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냈던 콩테 감독은 창의적인 미드필더, 정상급 기량을 가진 윙어 영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보여준 성적에 도취됐던 유벤투스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콩테 감독은 팀을 떠나 이탈리아 대표팀에 부임하게 된다. 이탈리아 대표팀서도 마르코 베라티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를 단행한 콩테 감독을 팀을 본선행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 포인트 4. 보드진 입김 센 첼시, 이번에는?

콩테를 데려오긴 했지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비롯한 보드진의 입김이 매우 센 구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많은 명장들이 경질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콩테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첼시 수뇌부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비롯해 브루스 벅 회장, 마이클 에메날로 기술 이사,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이아, 유진 테네바움 등이 구성하고 있다. 사실상 구단에 있어 중요한 결정은 이들의 논의로 이뤄지게 된다.

그 중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뒤를 잇는 ‘넘버2’는 사실상 에메날로다. 지난 2007년 수석 스카우터로 아브람 그랜트 감독 시절 첼시에 합류한 에메날로는 2010년 수석코치로 승격되면서 입지를 넓혔다. 그리고 1년도 되지 않아 기술 이사로 임명되면서 이적, 아카데미 업무를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위치로까지 올라섰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었다.

그러다보니 감독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기도 했다. 특히 무리뉴 감독이 복귀하게 되면서 파워 게임이 불가피해지자 그는 구단을 떠날 시도를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남았고 이적에 대한 여러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파피 질로보지, 압둘 라만 바바를 영입했고 이는 무리뉴 감독과의 불화가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선수영입에서 미진한 모습을 보였던 첼시가 크게 흔들리고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자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그에 대한 평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올 시즌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게 되면서 에메날로의 입지도 줄어드는 눈치다. 특히 콩테가 첼시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AS 로마의 왈테르 사바티니 단장의 영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눈치다. 사바티니 단장은 이미 로마와 결별할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행선지는 나오지 않은 상황. 어쨌든 콩테가 첼시행을 확정지음에 따라 에메날로의 입지와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콩테는 선수 시절부터 전투적이며 리더십이 강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주장, 이적시장에서 자신의 생각이 관철시키지 못했더라면 첼시로의 부임을 결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상황에서 첼시가 새로운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 포인트 5. 콩테의 리빌딩, 지금까지 드러난 타깃?

그렇다면 리빌딩을 해야 할 콩테의 타깃은 누구일까. 계약이 확정되기 전에도 콩테의 영입 리스트는 현지 언론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콩테의 주 활동지였던 이탈리아 무대가 있다.

우선 콩테는 첼시 선수단을 젊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몇 유스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자신이 눈여겨본 선수를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

그 중 핵심적인 인물은 로멜루 루카쿠와 라자 나잉골란이다. 첼시는 디에고 코스타 외에 이렇다 할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지만 이들의 활약상은 실망 그 자체였다. 콩테는 코스타와의 경쟁, 혹은 코스타 이적시 있어야 할 정상급 공격수 영입을 원하며 루카쿠와 에딘손 카바니가 물망에 올라있다.

하미레스가 떠난 중원도 보강 대상이다. 현재 네마냐 마티치, 존 오비 미켈,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3선으로 활용된 상황에서 터프한 미드필더 나잉골란이 강력하게 연결되고 있다. 이외에도 알레시오 로마뇰리, 마르퀴뇨스, 코스타스 마놀라스, 아르투로 비달, 폴 포그바, 레오나르도 보누치 등이 영입 리스트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포인트 6. 다음 시즌 EPL은 감독 전국시대, 콩테의 어려운 도전

콩테가 유벤투스서 돋보일 만한 지도력을 보여줬음에도 그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해외에서의 첫 경험이라는 점이 우선 걸린다. 하지만 콩테가 첼시서 EPL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바로 세계적인 감독들이 모이게 된 EPL의 상황 때문이다. 이미 아르센 벵거(아스널), 위르겐 클롭(리버풀),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라니에리(레스터 시티) 등만 봐도 그 면면이 화려함 그 자체다. 콩테가 온다고 해도 이 판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다음 시즌 EPL이다.

게다가 아무리 신경 쓴다고 해도 콩테는 유로 2016을 마치고 나서 팀에 합류해야 한다. 사실상 겸직을 하고 있는 셈이니 다른 팀들보다 유리할 것은 없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와 더불어 선수 영입 등 많은 부분에서 과제를 안고 있는 콩테다.

따라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10번째 정식 감독인 그가 첼시의 부활을 이끌지는 확실치 않다.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EPL서 좌절한 또 다른 명장으로 기억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가 첼시를 어떤 팀으로 만들지 지켜보는 것도 다음 시즌 EPL을 기대케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시간들여 읽어볼만한 기사인듯.

덧, 감독님 부인 미모 쩌네요.